터키 저명 변호사, 기자회견 도중 피살
입력 2015.11.29 10:57
수정 2015.11.29 10:58
암살 가능성...이스탄불서 수백명 모여 항의 시위
터키에서 친 쿠르드 성향의 유명 인권변호사가 28일(현지 시각) 기자회견 도중 괴한의 총격에 숨졌다.
인권변호사이자 디야르바크르 변호사협회 회장인 타히르 엘치 변호사는 이날 오전 터키 동부 디야르바크르의 주요 사적인 미나렛(이슬람 사원 첨탑) 앞에서 기자회견 도중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보도했다.
사건 발생 지역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고, 터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암살일 가능성을 언급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엘치 변호사 외에 현장에 있던 경찰관 1명도 총에 맞아 숨졌으며 경찰관 2명과 기자 1명이 다쳤다. 이들을 쏜 괴한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엘치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터키 당국과 PKK 사이의 충돌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PKK를 테러단체로 규정하지 말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이곳에서 총기와 충돌, (군사) 작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괴한이 쏜 총에 맞았다.
괴한들은 기자회견장 근처에 택시를 타고와 차 안에서 총을 쏘았고, 엘치 변호사는 기자, 경찰관 등과 함께 피신하다 총을 맞고 쓰러졌다.
사건 발생 수시간 뒤 이스탄불에서는 엘치 변호사가 암살됐다며 수백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살수차를 동원해 시위대를 분산시켰다.
엘치 변호사는 지난달 한 뉴스 프로그램에서 PKK를 테러단체로 간주하지 말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가 테러리스트를 선전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엘치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발언 이후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이 사건은 테러리즘에 대처한 터키 정부가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