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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도 응답하라 1988이 하면 다르다?

민교동 객원기자
입력 2015.11.28 09:44
수정 2015.11.28 15:25

486세대 담아내며 청춘 아닌 가족드라마 표방

당시 대학가 데모 등 민감 소재도 적절히 그려

응답하라 1988이 시대적 배경을 적재적소 그려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tvN

과연 1988년을 살아간 청춘들의 얘기를 그려내는 게 가능할까. 필자는 ‘응답하라 1988’ 제작 소식을 처음 접한 뒤 이런 의문점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1988년을 드라마나 영화가 못 다룰 까닭은 없다.

그렇지만 ‘응답하라 시리즈’는 시트콤 성향이 강한 드라마로 시대적인 상황을 진지하게 다루기보단 그 시절 청춘들의 사랑과 추억을 그려내 왔다. 매번 액자구성을 통해 현대와 과거를 오가며 현재의 남편이 과연 누구인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그런 방식은 ‘응답하라 1988’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왜 필자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1988년은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일까.

‘응답하라 시리즈’는 1997년, 1994년을 거쳐 1988년으로 왔다. 그렇지만 1997년이나 1994년을 다루는 것과 1992년 이전을 다루는 데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대학의 학생운동사와 연관된다. 1992년까지는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시절이며 1993년 이후는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시기다.

1993년 고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며 문민정부 시절이 시작되며 학생운동의 흐름은 크게 달라진다. 특히 1995년 소위 ‘연대사태’가 있은 뒤 대학가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당연히 모든 대학교의 총학생회가 한총련 소속이던 흐름이 달라지며 비운동권 출신 총학생회장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이런 흐름으로 인해 90년대 후반 이후 한총련을 비롯한 대학가의 학생운동이 크게 위축됐다.

따라서 ‘응답하라 1997’은 그 시절의 청춘들 얘기를 그리고 있음에도 대학생들의 학생 운동에 크게 무게감을 두지 않아도 됐다. 대신 ‘응답하라 1997’은 당시 청춘들의 얘기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고등학생들의 아이돌 문화에 집중했다. 이처럼 1997년 시대 흐름을 제대로 잡아내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응답하라 1994’ 역시 마찬가지다. 1997년에 비하면 여전히 한총련을 중심으로 대학가에서 학생운동이 중요한 키워드였지만 1992년 이후, 다시 말해 군사정권 전대협 시기와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였다. 게다가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더 주목받던 20대의 이야기는 ‘학생운동’이 아닌 ‘신세대’였다. 그 시잘 사회 분위기는 대학생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단어가 ‘데모’에서 ‘신세대’로 변화하던 시절이었다. ‘응답하라 1994’는 이런 시대 분위기에 박찬호 열풍 등을 더해 또 하나의 명작으로 완성됐다.

문제는 ‘응답하라 1988’이다. 당시 대학가는 학생운동이 가장 뜨겁던 시기다. 6월 항쟁과 6.29 선언으로 뜨겁던 1987년 만큼은 아니지만 1988년 역시 대학가는 학생운동으로 뜨거웠다. 당시의 대학생들은 나중에 40대가 된 뒤에 486세대라 불린다. 80년대 학번에 60년대에 출생한 이들을 의미하는데 1988년 당시 신입생이던 88학번은 69년생이 주류였다.

그렇다면 486세대의 대학 시절을 그리는 데 ‘학생운동’이라는 키워드를 뺄 수 있을까. ‘응답하라 시리즈’는 가벼운 청춘들의 사랑과 추억을 그린 시트콤 형태의 드라마다. 시트콤에서 진지한 학생운동을 다루는 것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응답하라 시리즈’는 그 당시 시절의 분위기와 키워드를 제대로 담아내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따라서 ‘응답하라 1988’은 그 시절의 중요한 키워드인 ‘학생운동’을 뺄 수도 빼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1988년을 배경으로 한 ‘응답하라 1988’이 제작된다는 얘길 듣고 필자가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제작이 결정된 뒤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응답하라 1988’은 묘한 해법을 들고 있었다. 기존 ‘응답하라 시리즈’와 달리 가족 드라마로 준비됐다. 기존의 ‘청춘 드라마’에서 ‘가족 드라마’로 변화를 준 것.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88’ 제작의 큰 틀을 설명하며 “1988년을 배경으로 한 가족드라마”라며 “1988년 어느 골목길을 배경으로 다양한 가족들의 사연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싶다”고 밝혔다. tvN 측은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MBC ‘한지붕 세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방송이 시작되며 이런 분위기가 현실이 됐다. 과거 ‘응답하라 시리즈’는 주인공과 친구들이 중심이었다. 성동일과 이일화가 부부로 출연해 그 중심을 잡아줬을 뿐이다. 그렇지만 ‘응답하라 1988’은 쌍문동 골목길의 다양한 가족들을 그리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이웃끼리 정이 넘쳐나던 80년대의 골목길을 재연해낸 것.

물론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액자 구성, 덕선(혜리 분)의 남편이 누군지를 찾는 미스터리 구조는 기존 시리즈와 동일하지만 덕선의 남편을 찾는 것보다는 쌍문동 골목길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러다 보니 한 포털사이트의 드라마 소개 코너 속 등장인물 역시 가장 앞에 성동일이 나오고 이일화 라미란 김성균 최무성 김선영 유재명 등 각 가정의 부모들이 먼저 소개된다. 그 다음은 덕선의 언니인 류혜영이 나오고 주인공에 해당되는 혜리는 9번째로 소개된다. 그 이후에 덕선의 동네 친구들인 류준열 고경표 박보검 등이 소개된다.

그만큼 이 드라마에서 혜리의 비중은 기존 ‘응답하라 시리즈’와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이젠 덕선의 남편을 찾는 것이 ‘응답하라 1988’의 중심이 아닌 이야기를 풀어가는 얼개에 불과할 만큼 비중이 줄었다.

게다가 덕선과 그 친구들은 모두 대학생이 아닌 고등학생들이다. 80년대 대학가의 뜨거운 민주화 열풍과 그로 인한 데모 분위기를 피해갈 수 있는 가족 드라마가 됐으며 주축 출연진이 청춘들도 대학생이 아닌 고등학생으로 설정됐다.

그렇다고 해도 1988년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며 아예 대학가의 시위 열풍을 생략해 버릴 순 없다.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담아내는 드라마가 되기 위해선 이 부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로소 지난 20일 방영된 5화 ‘월동준비’에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한다.

덕선의 언니인 보라(류혜영 분)는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 2학년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보라는 87학번이니 68년생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중후반 40대가 된 보라는 전형적인 486세대다. 4회까진 전혀 운동권과 무관해 보이던 보라가 5회에서 비로소 데모에 가담한다. 뉴스에까지 얼굴이 나올 만큼 시위에 적극 가담한 보라는 경찰서에 연행되기도 한다. ‘응답하라 1988’은 이 부분을 ‘모정’이라는 키워드로 녹여냈다.

‘응답하라 1988’ 5화인 ‘월동준비’는 모정에 대한 이야기다. 쌍문동 골목에 사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응답하라 1988’은 5회에서 각 가정의 어머니들에 대한 얘기를 다뤘다. 이 과정에서 보라의 시위 참가가 등장하는데 그 중심은 보라가 운동권이라는 부분이 아닌 운동권 대학생을 딸로 둔 부모의 마음. 특히 엄마의 심정을 담아내는 데 더 집중했다. 가장 예민하고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1988년을 그리기 위해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만 했던 당시 대학가의 민주화 시위 열풍을 ‘응답하라 1988’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가슴 뜨거운 주제로 담아낸 것이다.

물론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긴 한다. 당시 보라는 단순히 데모에 참가한 수준이 아니다. 민정당사 점거 농성에 참여했으며 가장 앞장서 시위에 참가했다. 그 모습이 뉴스에 보도됐을 정도다. 게다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였는데 당시 분위기를 놓고 볼 때 ‘응답하라 1988’에서처럼 유치장에 잠시 들어갔다 훈방조치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처럼 앞장서서 시위에 참가했다면 상당히 적극적인 운동권 학생이었다는 얘긴데 4화까진 그런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라라는 캐릭터에 운동권이라는 색을 더하려는 의도가 아닌 한 번은 담아야 할 소재를 그려내기 위해 그런 에피소드가 활용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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