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와 재계총수…이건희·정주영과 각별한 인연
입력 2015.11.22 12:00
수정 2015.11.22 12:01
문민정부시절 사면·복권 받아…한동안 불편한 관계도
정치적 대립이나 특정 발언 등으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지만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복권을 활용해 총수들이 기업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다시 열어주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과 가장 인연이 깊은 기업인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1992년 제 14대 대선 당시 통일국민당 후보로 출마,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과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초기인 1993년 정 명예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그와 현대그룹은 큰 수난을 겪었다. 당시 그의 기소를 두고 김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데 따른 정치보복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 1993년 1월 정 명예회장은 출국금지를 당한 데 이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의원직을 포기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만 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후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지난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사면복권됐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정 명예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사면한다"고 통보한 일 외에는 별도 회동을 하지 않는 등 불편한 심기를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01년 3월 정 명예회장이 타계하자 김 전 대통령은 청운동 빈소를 직접 찾아가 아들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우리나라에서 대업을 이룬 분인데, 그런 족적을 남긴 분이 가시니 아쉽다"고 조문하며 '사후 화해'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현재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도 인연을 맺었다. 이 회장은 지난 1995년 정치권의 수준을 언급한 이른바 '베이징 발언'으로 문민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으나 문민정부 시절 첫 번째 사면·복권을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1995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현지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발언하면서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다. 당시 문민정부 정권 실세와 관료들은 이 회장의 베이징 발언에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후문이 나돌았다.
이후 이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노 전 대통령에게 직무와 관련해 4회에 걸쳐 100억원을 전달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지난 1996년 8월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회장은 항소하지 않아 1심이 그대로 확정됐는데 이듬해인 1997년 10월 김 전 대통령이 개천절을 맞아 이 회장 등 경제인 23명을 특별 사면·복권했다. 이는 이 회장에게는 첫 번째 사면·복권으로 이명박 정부때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등을 위해 특별사면·복권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