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청와대, 민생법안 냅두고 여당은 콩밭에...
입력 2015.11.16 14:52
수정 2015.11.16 15:13
친박과 비박에서 진박과 가박 논란까지
TK물갈이론 여전히 여당 내 핵폭탄...개헌론까지
국회에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당부하고 순방을 떠난 박근혜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터키에서의 G-20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10일 간의 다자회의 일정에 돌입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2일까지 터키 안탈리아, 필리핀 마닐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3개국에서 열리는 다자회의를 참석하고 외교 일정을 소화한다.
박 대통령은 순방을 떠나기 직전 노동개혁 5개 법안 및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당부했다. 순방 이전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2차 부분 개각까지 미루며 모든 일정이 민생 법안 처리에 집중될 수 있도록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터키 안탈리아에서 G-20 정상회의를 시작한 현재 정치권의 모든 이슈는 내년 총선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 이후 야당보다 여당 내에서 ‘진실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놓고 논란이 이는 등 여권내에서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당부한 민생 법안 논의는 ‘강 건너 불구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친박’과 ‘비박’은 물론 ‘진박(진짜 친박)’과 ‘가박(가짜 친박)’ 등 곁가지들이 줄줄이 생겨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시초가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에서 나왔다고는 하지만 권력에 줄서려는 정치권의 모습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평가다. 총선이 곧 자신의 정치 생명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구·경북(TK) 지역 물갈이 설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여당내에서는 벌써부터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들의 물밑 경쟁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15일 대구 ‘동구을’ 출마 선언을 했고 유승민 의원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을 독단 결정으로 통과시켰다고 발언했다. 이에 유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등 내년 총선과 관련해 당내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친박과 비박 논란은 물론 당내 현역 의원과 신인 정치인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정치권의 이슈는 빠르게 내년 총선으로 쏠리고 있다.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이고 총선에만 관심이 쏠리는, 즉 박 대통령이 우려했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16일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5대 법안을 상정, 심의에 착수했다. 아울러 여당은 17일 정기국회 현안간담회를 열어 경제활성화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이슈가 여전히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개혁 5개 법안 등은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모든 동력을 전부 집중해도 조속한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을 둘러싸고 당내 혼란이 거듭될수록 민생법안 처리는 요원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높다.
여기에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이원집정부제’를 중심으로 하는 ‘개헌론’ 발언이 정치권의 또 다른 핵폭탄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으로 하고 친박 인사가 총리를 맡아 권력을 이원화하는 구상이다.
현재 홍 의원의 ‘개헌론’ 발언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홍 의원의 발언이 나온 직후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자 ‘개인적인’ 발언이라며 논란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홍 의원의 ‘개헌 발언’은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은 지난 15일 서울공항에서 박 대통령을 배웅한 뒤, 김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홍 의원의 발언은 청와대와 무관하고 홍 의원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