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마지막 원수' 리을설 죽음으로 확인된 북한 실세는?

목용재 기자
입력 2015.11.09 19:00 수정 2015.11.09 19:03

국가안전보위부-당 조직지도부 등 공안라인 '약진'

"황병서, 박봉주 제친 것은 공안라인 힘 쏟는 증거"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일 사망한 리을설 인민군 원수의 빈소인 평양 중앙노동자회관을 8일 찾아 조문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리을설 원수의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명단을 통해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조연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이른바 ‘공안라인’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장의위원회 명단은 북한의 당·정·군 등 모든 분야의 인사들을 권력 순위에 따라 나열하기 때문에 북한 엘리트들의 권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리을설 장의위원회에 앞서 있었던 지난해 ‘전병호 장의위원회’ 당시 명단에서 최룡해 당 비서와 박도춘 군수담당비서가 빠지면서 공안라인의 인사들이 두 계단씩 ‘권력 순위’가 상승했다.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에서 내놓은 ‘리을설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따르면 김원홍은 전병호 사망당시 서열 15위에서 13위로 상승했고, 조연준은 22위에서 20위로 상승했다. 남한의 경찰청으로 평가받는 인민보안부의 수장 최부일도 20위에서 18위로 올라섰다.

김정은 시대 ‘실세’로 평가받았던 최룡해는 장의위원회 명단에서 사라지고 박도춘 역시 지난 4월 19일 최고인민회의 13기 회의를 통해 국방위원에서 물러나면서 이번 명단에서 제외됐다.

최룡해와 박도춘은 전병호 사망당시 장의위원명단 순위에서 각각 9위, 10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놓은 바 있다.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서열 3위에 이름을 올려놓은 것도 주목할만하다. 그동안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 박봉주 내각총리 등 국가 원로들을 우대해 명단 상위에 이름을 올려놨었지만 이번 리을설 장의위원회 명단에는 황병서가 박봉주 내각 총리보다 먼저 이름이 거론됐다.

박봉주는 지난 2013년 ‘김국태 국가장의위원회’와 2014년 ‘전병호 국가장의위원회’에서 줄곧 김영남 다음인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번 ‘리을설 국가장의위원회’에서는 황병서 다음으로 이름을 올려놨다. 황병서는 전병호 사망당시 장의위원회 명단 순위에서 김영남과 박봉주의 뒤를 이어 이름을 올려놓은 바 있다.

황병서의 경우 노동당 조직지도부 출신으로, 지난 201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의위원 명단에 123번째로 이름을 올렸다가 2013년 김국태 장의위원명단에는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4년 전병호 장의위원명단에는 3번째로 이름을 올리면서 급격한 순위 상승을 겪은 바 있다.

김원홍은 김정일 장의위원 명단에 57번째로 이름을 올렸다가 16번째(김국태 장의위원명단), 15번째(전병호 장의위원명단)로 올라섰다. 조연준은 김정일 장의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무명’이었지만 2013년 김국태 장의위원명단에는 25번째로, 전병호 장의위원명단에서는 22번째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김정은 정권이후 군부세력을 대표하는 리영호 전 총참모장과 당 행정부 세력을 대표하는 장성택 전 당 행정부장 등이 차례로 권력의 뒤편으로 사라졌지만 황병서-김원홍-조연준 등 공안라인은 현재까지 김정은의 신임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황병서가 박봉주를 제치고 올라갔다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이 공안라인을 통한 통치에 힘을 쏟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김영남 박봉주 등이 항상 상위에 이름을 올려놨는데 황병서가 박봉주를 제치고 올라갔다는 것은 이 같은 ‘원로우대’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공안통치가 강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남통’인 김양건 당 비서의 건재함도 확인됐다. 김양건은 남북고위급접촉에 나와 8.25합의를 하는 등 대남 사안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양건은 지난 2013년 김국태 국가장의위원회 당시(17위)부터 16위(전병호 장의위원회), 14위(리을설 장의위원회)로 꾸준히 순위를 상승시키고 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주로 리영호를 중심으로 한 야전군,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당 행정부 계열 등을 쳤지만 권력에 해가 되지 않는 실무 인력들은 중용한다”면서 “김양건을 실세라고 평가하기 보다는 대남 사업에 필요한 인력이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