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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김윤석-강동원의 선택은 옳았다

부수정 기자
입력 2015.11.01 08:59
수정 2015.11.01 19:50

김윤석·강동원·박소담 주연…장재현 감독 연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녀 구하기 위한 사제의 희생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이 영화 '검은 사제들'에 출연했다.ⓒCJ엔터테인먼트

독특하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한국 영화에서 처음 보는 소재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선 "재미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악령에 씐 소녀를 구하기 위한 사제'라는 소재는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했다. 지루하진 않을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느 액션 영화보다 스릴 넘쳤다. 뻔한 장면이 없었다. 중간중간에 배치한 유머는 영화와 잘 어울렸다. 감독의 솜씨가 훌륭하다.

영화는 2015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영신(박소담)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린다. 벌레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알 수 없는 고통에 잠을 잘 수 없다. 어떤 치료도 듣지 않는 찰나 소녀는 병원에서 뛰어내려 뇌사 상태에 빠진다.

평소 영신이 잘 따랐던 김 신부(김윤석)가 나선다. 잦은 돌출 행동으로 '꼴통'이라 불리는 그는 영신의 몸에 악령이 들어있다고 확신한다. 교단에 도움을 청하지만 그를 믿고 도와주는 이는 없다. 반대와 의심만 커진다.

모두가 포기한 일이지만 그는 영신을 구하기 위해 구마 예식(악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예식)을 계획한다. 거듭된 실패 끝에 주변 사람들은 떠나간다.

김 신부는 자신을 도와줄 보조사제가 절실하다. 학교에서 꼴찌인 신학생 최 부제(강동원)가 운명적인 보조사제가 된다. 최 부제는 김 신부를 도우면서 그를 감시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영신을 구할 수 기회는 단 하루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김 신부와 최 부제, 그리고 영신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 제13회 미장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한 장재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고자 미스터리한 사건에 뛰어든 두 사제의 희생에 초점을 맞춘다. 김 신부는 영신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뭐가 그렇게 겁나는지 모르겠지만 한 아이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냥 모른 척하실 겁니까?"라고 말한다.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 '검은 사제들'은 사령에 사로잡힌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사제의 이야기다.ⓒCJ엔터테인먼트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임무를 떠맡는 희생이 사제를 나타낸다고 장 감독은 말했다.

극 중 사제들은 비주류다. 김 신부는 교구의 눈 밖에 난 신부다. 최 부제 역시 음주, 컨닝, 월담까지 하는 문제아다.

이런 '아웃사이더들'이 세상을 구한다. 서울 한복판 명동의 허름한 다락방에서 그들은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어두운 곳에서 사제복을 입은 두 신부가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구한다는 의미로 '검은'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감독은 설명했다.

김 신부 역을 맡은 김윤석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영화"라며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더불어 사는 이야기"라고 했다.

영화는 두 사제가 예식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까지 약 40여 분 동안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방심한 순간 뒤통수를 때린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른다. 영화의 백미다.

감독의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통해 탄생한 장엄구마예식은 관객에게 신선한 경험이 될 듯하다. 악령이 튀어나오는 장면에선 등골이 오싹해진다.

단편을 장편으로 옮긴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뛰어나다.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했다.

김윤석은 이번에도 배역 그 자체다. 연기한 느낌이 전혀 안 들 정도로 자연스럽다. 등장만으로 묵직한 존재감이 든다.

꽃미남 강동원은 사제복을 입어도 멋있다. 우산을 썼을 땐 '늑대의 유혹'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연기보다 비주얼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캐릭터 소화 능력은 무난했다.

김윤석 강동원보다 더 놀라운 존재감을 뽐낸 이가 있으니. 바로 신예 박소담이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이 대단하다. 해맑은 소녀가 악령으로 변한 순간 에너지가 폭발한다.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평균 이상. 다만 독특한 소재 탓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11월 5일 개봉. 상영시간 109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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