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정부, 노동개혁 원한다면 정권 걸어야"
입력 2015.09.15 10:55
수정 2015.09.15 17:45
[2015경제산업비전포럼-발제]박기성 교수 "국가의 몫"
"노사정위로 경계 허물어져 이상한 결과 나올 수밖에"
노동개혁과 관련해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보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개혁을 주도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노조와 사측은 사적 영역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이를 배제하고 객관적인 공적 영역으로 분류되는 국가가 직접 전문가를 통해 노동개혁을 주도해야 올바른 개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기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15일 데일리안이 주최한 '내일을 위한 노동개혁, 오늘 끝내야할 과제'라는 제목의 '2015 경제산업비전포럼' 발제에서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개혁을 원한다면 전문가에게 개혁안의 성안을 일임하고 성안이 되면 정권을 걸고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며 "노사정 타협을 기다리다가는 엉뚱한 괴물이 나오거나 결렬되면서 개혁저항 세력의 내성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특히 "국가의 공적 영역과 사적 자치의 영역이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국가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두 영역이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이상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박 교수는 정부가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기다리는 것보다 파급효과가 가장 크고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대체근로 인정과 직정점거파업 금지', '제조업무 등 파견근로 자유화', '사무직 면제' 등 3가지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이들 3가지 정책을 통해 실질적으로 노동개혁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박 교수는 특히 "선진국에서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과 고용자의 영업권을 대등하게 보장해 주기 위해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참가자에 대한 대체근로가 자유롭게 인정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은 물론 영국 정부가 최근 발의한 노동개혁안에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와 관련된 제한을 철폐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가 가능하려면 파업 등 쟁의행위는 사업장 밖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파업을 워크아웃이라고 하는데 파업을 하면 사업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제조업무를 포함한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파견법을 개정하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무를 포함해 모든 업종에서 파견근로의 자유화를 강조한 것이다.
박 교수는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 파견법은 32개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는 포지티브 방식"이라며 "우리나라의 파견근로자는 2014년 13만명 수준으로 파견법 제정 직전인 1997년 22만5000명 수준보다 오히려 감소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체의 파견과 사내도급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생산방식"이라며 "우리나라도 제조업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일부 업무에만 파견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파견법을 개정하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사무직 근로자를 초과근로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서 배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면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대폭 단축외어 전체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발제에서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일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은 일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산출물이 나오지만 사무직 근로자들은 근로강도를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고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업무의 속도를 조절하여 부당하게 초과근로급여를 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박 교수는 "우리나라도 근로자를 초과근로 면제 근로자와 인정 근로자로 대별해 인정 근로자는 초과근로와 관련된 권리와 급여를 철저히 보장해주고 면제 근로자는 초과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