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을 지휘해야할 야당 원내대표가 실종된 이유
입력 2015.09.15 06:56
수정 2015.09.15 07:06
<기자수첩>이종걸의 일탈에 "자기가 앞장서서 사생 국감하자고 해놓고..."
“벌써 4개월이 지났는데 원내대표직에 대한 이해가 아직도 안 된 것 같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한편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문제를 둘러싸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위험수위에 다다른 가운데, 국회 상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은 한 의원실 관계자는 14일 이종걸 원내대표를 향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때야 이 당이 원래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이 저럴 때인가. 지금 총선 앞두고 마지막 국감인데 원내대표가 대표한테 ‘유신’ 운운하고 그게 언론에 나가서 또 사과하고, 그러니 너도나도 아무 거리낌없이 대표 죽이기에만 혈안이 된 것 아니겠나”라며 “원내대표가 뭐하는 사람인지 아직도 전혀 이해를 못한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보다 ‘비노계 수장’의 모습으로 일관하면서 당내 신뢰를 더욱 잃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연 의원워크숍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국감에 임하겠다”던 발언이 민망해질 만큼 당내 갈등에 불을 지피는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기댈 구석이 전혀 없는 이명박 정권 5년과 박근혜 정권 2년반을 보냈다. 우리 당은 노력을 했지만 국민이 기댈 정당이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국감은 안정민생·경제회생·노사상생·민족공생 등 4생을 중심으로 사즉생의 각오로 국정감사를 추진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또 원내대표회의실 배경막을 ‘4生 국회, 안정민생·경제회생·노사상생·민족공생’으로 바꾸는가 하면, 원내행정기획실을 ‘국정감사 종합상황실’로 바꿔 설치하고 “국정감사에서 국민께 대안을 제시하는 제1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키도 했다. 하지만 정작 당내에선 이 원내대표가 상임위별로 국감을 진두지휘하는 원내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에서 대여공세는커녕 문재인만 죽어라고 때리는데 그것조차 전략이 없다. 말실수 때문에 당직자들이 매번 마음을 졸인다는데 결국 또 터뜨린 건데, 그러니 최고위원한테조차 공식적으로 욕 먹은 거 아니냐”며 이 원내대표의 ‘유신’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은 유신시대의 언어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오영식 최고위원으로부터 “대표에게 공식 사과하라”는 쓴소리를 듣고 곧바로 “진의와 다른 표현으로 인해 잘못 전달된 점에 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국민께 죄송하다”며 문 대표에게도 사과했다.
특히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에서는 오 최고위원 외에도 일부 지도부 인사들이 “국감에 집중하고 국감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앞장서서 주장해온 원내대표가 오히려 국감의 초점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행동을 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당 최고위원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문 대표에 대한 공개 비난 발언이 나온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 원내대표를 정면 겨냥한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내대표가 비노계는 물론 지도부에서도 신뢰를 잃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당내 비노계 의원 모임인 민집모(민주당의집권을위한모임) 소속 한 의원은 “당 지도체제와 공천과 관련해 당내 의견 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고, 권위주의 시대의 의사결정 방식과 비슷한 행태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면서도 이 원내대표 발언의 적절성에 대해선 “그 부분은 오찬 모임에서 정확히 이야기는 되지 않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편 이 원내대표가 이같은 지적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의 ‘최재성 사무총장 카드’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하는가 하면, 7월에는 ‘의원정수 확대’를 당론으로 추진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가 대변인실 차원에서 “당 차원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며 황급히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지도부를 지낸 당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가 뭐하는 건지도 모르는 사람이 원내대표가 됐다”며 “초선도 아니고 제1야당 원내 사령탑이라는 사람이 개인 의원이나 할 행동을 저렇게 불쑥불쑥 하나. 그럴거면 대표직이라는 게 왜 있나”라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