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건 전, 박지성에 대한 소고
입력 2006.12.2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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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극복한 박지성, 이제 자신의 가치를 선보일 차례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전 아시아인에게 자긍심 넘치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연봉 수십억 원, 많게는 100억 원대를 받는 동료 선수들과 함께 팀 내 ‘중심 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스’ 웨인 루니를 비롯하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게리 네빌, 리오 퍼디난드 등과 같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동시에 호흡한다. 공격의 핵심자리에 위치하여 맨체스터U의 파상공세를 이끈다.
지난 1980~90년대 국내 출중한 축구 선수들이 다수 배출되었던 시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변병주, 최순호, 이영진, 김판근, 김주성, 신홍기, 고정운, 하석주, 이상윤, 최문식, 황선홍, 홍명보, 최용수, 서정원, 안정환, 이동국에 이르기까지. 한국 축구를 이끈 역대 톱 축구 선수들도 밟아보지 못한 무대가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 구장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출신의 이 작은 거인은 27일, 위건 어슬레틱(3-1승)과의 프리미어리그 20차전에서도 선발 출장하여 전후반90분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전반전에 호날두와 리차드슨이 벤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루니, 스콜스 등과 함께 맨체스터U의 공격을 진두지휘 했다.
박지성은 게임 시작과 함께 결정적인 슈팅을 기록하며 공격 스타트를 끊었다. 또 후반전 초반에는 드리블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맨체스터U의 공격 첨병 역할을 해냈다. 앞선 19차전에서 소극적인 팀플레이에 치중했던 모습과는 상반된 패턴이었다. 기백이 넘쳐흘렀다.
자신을 좀 더 알리기 위한 변화의 방법이었을까. 혹은 소속팀 동료 긱스의 부활, 라르손의 임대 획득 소식, 하그리브스의 영입 가능성을 염두하고서 주전 경쟁에서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였을까.
어떠한 의도가 되었든 간에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위건을 상대로 개인플레이 시도와 팀플레이 시도의 적절한 균형이 맞아 떨어졌다. 스콜스로부터 받은 공을 원터치로 내어주는 패스게임에도 능했지만 스스로 돌파구를 모색하기도 했다. 후반에는 승부 근성을 보여주며 직접 페널티 킥까지 만들어냈다. 팀원들도 이러한 박지성에게 신뢰를 보냈다.
특히 후반 교체 출장한 ‘개인플레이의 대가’ 호날두는 자신의 해트트릭도 노려 볼 수 있던 단독 기회 상황에서 박지성에게 패스하는 모습(신뢰)을 보여줬다.
‘떠오르는 별’ 호날두가 결정적인 기회에서 박지성을 택한 것도 놀랍지만, 톱 선수들의 기량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박지성의 발전된 기량도 놀랍다.
다만 박지성도 보충할 부분은 있다. 너무 예의적인 면을 갖춘 부분이다. 유교사상이 강한 한국인의 특성이기도 한걸까. 박지성은 위건 전 후반 중반, 수비 상황에서 동료 브라운과 싸인 미스가 발생했다. 브라운의 발 맞고 나간 공은 터치아웃 됐고 박지성은 브라운에게 미안하다는 표시를 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던 중 위건은 재빠르게 공격을 진행시켰고 브라운은 “지 지~(박지성 애칭)”를 외치며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지적했다. 사인 미스는 브라운과의 공동책임임에도 먼저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점. 나쁠 건 없지만 위기(수비) 상황에서는 먼저 경기에 집중하는 편이 좋았을 듯싶다.
물론 브라운뿐만이 아니다. 박지성은 동료 선수(루니)의 위치 선정이 좋지 못함에 따른 패스미스를 두고서 먼저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수그릴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결정적인 실책에 대해서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애매한 상황마저 자신의 탓으로 간주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박지성은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고 자신감만 더 가져 준다면 지난 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통해 유럽 무대의 태풍으로 떠오른 차붐 신화처럼 아시아인의 자부심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아시아의 작은 거인 박지성, 축구 전문가 대부분이 텃새 때문에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히딩크 러시아 대표 감독도 아인트호벤 감독 당시 박지성의 주전 경쟁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럽 축구인에 비해 왜소한 체구, 타국살이의 어려움(언어, 인종차별, 아시아 축구인에 대한 선입견, 향수병), 그리고 평발. 모든 점들이 박지성만의 핸디캡으로 남았었다. 단점을 안고 싸워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1년차 징크스는 물론 2년차 징크스도 없다. 다수의 핸디캡은 각고의 노력 끝에 물리쳤다. 피나는 노력 끝에 불가능을 가능(아시아인의 유럽 톱 구단 주전급으로 발돋움)으로 바꾸며 국내 축구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현실로 이루어 낸 것이다.
각고의 노력 뒤에는 퍼거슨 경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 소속팀 현 동료(반 데 사르, 루니, 퍼디난드, 리차드슨)와 전 팀원(반 니스텔루이 등)의 배려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멘체스터U의 전설로 남기 위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