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박 대통령과 진돗개, 그리고 청와대의 시간
입력 2015.08.31 11:45
수정 2015.08.31 11:51
박정희 대통령의 '진도'...박근혜 대통령의 '희망이·새롬이'
지난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에서 키우는 진돗개 한 쌍이 처음으로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희망이·새롬이'가 있다면 과거 박정희 대통령에게는 청와대 시절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던 '진도'가 있었다. 진돗개와 함께해온 부녀의 시간을 정리했다. 이른바 '부녀 '박' 대통령과 진돗개, 그리고 청와대의 시간'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진도'는 당시 경호실장 차지철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경호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충견이었다. 1977년 12월 29일 박 대통령의 장녀 '근혜 양'은 송년회견에서 "우리 집에 진돗개 한 마리가 있는데 그 개가 아버지만 보면 그렇게 반갑다고 어깨까지 뛰어오르고 그래요. 그 개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우리가 옆에서 막 소동을 부리고 반갑다고 하면 우리 집엔 진돗개 두 마리가 있다고 흐뭇해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도 토종 백구인 '진도'는 대통령이 일하고 먹고 잠자는 본관에 근무하는 대통령의 어엿한 최측근이었다. 대통령과의 독대 기회는 어느 누구도 따를 자가 없었다. 식사당번이 별도로 있었지만 그들을 제쳐두고 대통령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날도 있었으니 말이다.
1976년 6월 30일 박정희 대통령의 차녀 박근영의 생일날, 진도 역시 생일상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생일잔치가 끝난 후 대통령이 직접 그의 이빨 사이에 낀 고기 찌꺼기를 이쑤시개로 손수 빼주었고, 당시 중앙고등학교 졸업반이던 지만 군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진도를 향해 박학봉 부속실장은 동료들 앞에서 '박진도'라고 인격화하기도 했다.
"고마워요. 강아지 예쁘다. 아주 건강하게 잘 키우겠습니다. 청와대에서"
이번에 새끼를 낳은 진돗개 한 쌍은 2013년 2월 취임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동네 이웃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민들이 생후 2개월 된 백구 암수 한 쌍을 선물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를 종로구청에 반려동물로 등록하고 청와대 안뜰에서 키워왔다.
박 대통령은 눈을 채 못 뜬 진돗개 새끼들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청와대에 들어올 때 삼성동 주민들께서 선물해주신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가 지난주에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며 "여러분께서 우리 새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시면 더욱 의미 있고 건강하게 잘 자랄 것이다. 댓글을 통해 많이 참여해달라"고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상식이' '원칙이' '통일이' '대박이' '건·곤·감·리·태극' 등의 이름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