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감싸기 '도' 넘은 미 백악관…다른 나라 비난엔 귀 막기
입력 2015.08.15 11:30
수정 2015.08.15 11:35
미 '아베 담화 환영' vs 중국 및 서방 언론 '충분한 사죄없고 미흡'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종전 70년 담화’에 대해 이해 당사국인 중국은 물론 서구 주요 언론이 ‘충분한 사죄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과 달리 미국 백악관은 ‘환영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 감싸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아베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준 고통에 대해 깊은 후회(deep remorse)를 표현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에 관한 일본 과거 정부의 담화를 계승한다는 아베 총리의 약속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또 "앞으로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여를 확대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확약을 의미있게 평가한다"면서 "지난 70년간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 법치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을 보여줬고 이런 전력은 모든 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의 이같은 성명은 '직접적인 사과'가 생략된 아베 총리의 담화에 대해 '부분적 유감'이나 '실망'의 표현도 없이 전체를 환영한 것이다. 이는 중국은 물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 언론의 비판과 달리 상반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급부상 속에 '안보'와 '경제'의 양대 축을 일본에 기대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일본 감싸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베 담화 직후 중국 외교부는 “일본은 피해 국가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깨끗하고 철저하게 군국주의 침략 역사와 절연해야 하며 이같은 중대한 원칙상 문제에 있어 회피하려 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또 “침략역사를 직시하고 깊이 반성하고, 평화발전의 길을 걷기를 촉구하며 실제 행동을 통해 아시아 인접국과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기 바란다”고 밝혔다.
AP 통신 역시 아베 총리의 담화가 "불충분한 사죄에 그쳤다"고 평가했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아베 총리가 선대 총리들이 밝힌 사죄라는 표현을 명백하게 반복하는 것을 회피했다"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베총리가 ‘미래 세대는 거듭된 사죄의 숙명을 짊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해 이웃 국가들을 화나게 할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BBC도 같은 대목을 언급하며 "아베가 한국과 중국을 화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뿐 아니라 일본 내 극우 세력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도 "아베 총리가 전후 50년 무라야마 담화의 사죄를 수용했을 뿐 직접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베 담화의 과거사 사죄를 놓고 이해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은 물론 서방 주요 언론도 비판을 가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뚜렷한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동북아 정세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