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김구 우표 있는데 이승만 우표 왜 없나
입력 2015.08.16 07:52
수정 2015.08.16 07:56
"광복절은 본래 건국 기리기…건국 부정한 김구 우표만 있는건 부적절"
우정사업본부가 백범 김구 선생의 초상을 넣은 광복7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래 ‘광복절’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날로 ‘건국일’이나 마찬가지인데, 건국을 반대했던 김구 선생의 초상을 광복절을 기념하는 우표에 그려넣는 것은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13일 '데일리안'에 “광복절을 기념하는 우표로 김구 선생의 초상이 들어간 것을 발행한 점은 광복절의 의미를 왜곡한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양 명예교수는 “원래 광복절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국경일이고, 독립이라는 것은 나라가 건국된 것”이라면서 “그런데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했고 막판에는 대한민국 건국 세력에 타격을 준 인물이다. 그런 분을 건국·독립을 기념하는 국경일 기념우표에 초상으로 넣었다는 것은 역사의식이 없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도 본보에 “우정사업본부에서 독립운동가인 김구 선생만을 광복절 기념우표에 그리는 것은 대한민국의 역사나 지금의 우리가 가야할 길을 놓고 보면 매우 편협한 시각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총장은 “1948년 8월 15일을 진정한 주권회복과 독립기념일로 보고 그때부터 1951년까지 독립기념일로 기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1948년이 아닌 1945년을 시발점으로 하게 됐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보면 1945년부터 1948년까지는 광복이라는 말이 없던 미완의 상태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렇게 꼬이게 된 이유는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고 이승만 대통령의 공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세력에 의해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근간을 세운 이승만 대통령의 과는 부풀려지면서도 공은 언급되지 않아 습관적으로 광복에는 독립운동가인 김구 선생을 떠올리는 일종의 ‘도식’이 형성됐다는 게 전 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광복절은 원래 대한민국 건국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것인데 건국을 기리면서 건국을 반대한 분을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제는 광복절 주년도 다시 세고, 대한민국 건국일이라는 것도 확실히 세우면서 건국의 공로자들을 기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에 우정사업본부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 측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문가들의 의견도 듣고 심의도 거쳐서 발행을 결정한 것”이라며 “그때 당시의 독립에 대한 염원, 광복에 대한 기쁨, 나라사랑에 대한 열망 이런 것들이 담겨있는 소재라고 판단을 했고 전문 역사학자들에게 자문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우리나라 광복과 관련해서 대표적인 인물은 김구 선생으로 보이고, 김구 선생이 한국광복군의 총사령관이었고 당시 70여명의 광복군들이 서명한 서명문 태극기가 문화재로 등록된 상태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고 두 가지를 결합하게 됐다”며 “광복과 건국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광복은 일제 치하로부터 해방된 날이고 그것을 기리는 의미에서 이번 우표를 발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4일 우정사업본부는 2종 우표 102만장과 소형시트 15만장의 광복 70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이번 기념우표는 한국광복군의 통수권자인 김구 선생과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를 소재로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기념우표를 발행하면서 “1945년 광복 당시를 표현한 이 우표는 김구 선생과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를 통해 조국 독립과 자유에 대한 염원을 담아냈다”며 특히 “한국광복군의 통수권자였던 김구 선생은 한국광복군 선언문 을 통해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자주적으로 이루겠다는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를 보여 주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955년 광복 1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한 뒤 매 10년마다 기념우표를 발행해왔다. 그 외에도 1960년과 1981년에 각각 광복 15주년, 광복 36주년 기념우표가 발행된 바 있다.
본보가 한국우표포털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처음으로 광복절 기념우표에 유일하게 특정 역사적 인물을 새겨 넣었다.
10주기별 기념우표를 살펴보면 △광복 10주년 ‘태극기와 독립문’ △광복 20주년(1965년 발행) ‘태극기와 공장’, ‘야경의 남대문과 불꽃놀이’ △광복 30주년(1975년 발행) ‘횃불’, ‘풍선과 발전상’ △광복 40주년(1985년 발행) ‘백두산 천지와 무궁화’ △광복 50주년(1995년 발행) ‘환호하는 국민과 태극기’ △광복 60주년(2005년 발행) ‘임시정부 청사와 임시헌장 초고’, ‘대한독립선언서’, ‘광복군의 위국헌신선서식’ 등이다.
또 이례적으로 기념우표를 발행한 광복 15주년에는 ‘(태극)기를 쥔 남자와 횃불을 든 여자’, 광복 36주년에는 ‘태극기를 든 남자’의 모습이 우표 안에 담겼을 뿐 특정한 역사적 인물의 형상을 그려 넣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