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연내 순환출자 80% 해소' 현실성 있나
입력 2015.08.13 14:30
수정 2015.08.13 14:33
신동빈 대국민 사과서 구체적인 방안 제시 없이 언급만...가능성 의문 제기
13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의 '연내 순환출자 80% 해소'가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되지 않은 데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 집단 가운데 순환출자고리를 가진 8개 그룹의 448개 고리 전체 해소 비용을 조사한 결과 롯데그룹 순환출자 해소에는 2조4999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4월 기준 416개의 순환 출자 고리를 갖고 있는데,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전체의 순환출자고리 459개 가운데 무려 90.6%에 이르는 수치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구성하는 핵심 계열사 3곳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이고 이들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한국후지필름, 롯데제과, 롯데정보통신, 롯데칠성음료, 롯데건설, 대홍기획 등 6개다.
이 6개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모두 2조4999억원으로 집계된 것이다.
이같은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신 회장의 약속이 비현실적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롯데그룹은 KT금호렌터카를 인수하고 해외에서는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뉴욕팰리스호텔을 1조원 규모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2004년만 해도 매출 32조원 규모였던 한국롯데를 신 회장이 자산만 82조원 규모인 재계 5위 그룹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러시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복합쇼핑몰 인수를 추진 중인 데다 제2롯데월드가 안전성 논란에 끊임없이 휘말리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성과 보여주기식'으로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둔 공격적인 경영을 단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법적 대응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장기화가 예고된만큼, 신 회장이 연말까지 순환출자 80%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임기응변식 대응이라는 의견이다.
지난 12일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 토론회 '롯데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는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가 대국민 사과에 나온 개혁 내용에 대해 "너무 임기응변식 대응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한 다른 패널들 또한 순환출자 해소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 바 있다.
아울러 구체적인 해소 방안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에는 '연말까지 순환출자 80% 해소'라는 언급만 있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면서도 "곧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 회장이 약속은 했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무리하게 순환출자 해소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 80% 해소 약속이 정말 신 전 부회장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일 뿐이었는지, 신 회장의 지배구조 개혁 의지가 투영돼 구체적인 계획 속에서 나온 것인지는 앞으로 발표될 해소 방안을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