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또 분열...유족대표도 '삼성직업병 조정안'반대
입력 2015.08.09 10:52
수정 2015.08.09 19:35
반올림활동가들의 찬성입장에 공식 거부
조정위의 추가 조정 힘들듯
황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의 아버지, 김씨는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한혜경씨의 어머니로, 이들은 그동안 반올림과 함께 직업병 보상협상을 진행해 왔다.
8일 황씨는 반올림 홈페이지(http://cafe.daum.net/samsunglabor)에 ‘거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황상기, 김시녀는 7월 23일 조정위원회에서 낸 보상권고안을 거부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 마음을 담지 못한 조정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삼성은 피해자 노동력 상실분을 충분히 반영한 협상안을 마련해 피해자와 직접 대화에 임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정안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던 기존 반올림의 입장과는 대치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협상의 다른 당사자인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에 이어 반올림 내 유족·피해자 대표 2명도 조정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추가 조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직접병 문제는 8년 전 황씨가 사망한 딸을 대신해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 신청을 하는 등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당초 삼성전자와 유족 및 피해자 대표 8명이 포함된 반올림 간 양자 협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보상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는 삼성전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6명이 지난해 9월 가족대책위를 구성, 협상은 3자 구도로 이뤄졌다.
이후 이들의 교섭을 중재할 조정위가 지난 1월 발족했다. 이후 조정위는 6개월간의 조정과정을 거쳐 지난달 23일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해 공익재단을 설립,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해 실행하라는 내용의 조정권고안을 내놨다.
이에 반올림은 조정위의 조정권고안을 큰 틀에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가족대책위는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보상을 신청하라는 것은 아직도 많은 세월을 기다리라는 뜻"이라며 공익법인 설립을 비롯해 법인 발기인 구성, 보상 기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공익법인 설립 대신 1000억원을 사내 기금으로 조성해 신속히 보상하고, 상주 협력사 퇴직자도 자사 퇴직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 조정위는 오는 17∼21일 이들과 비공개회의를 여는 등 후속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조정안의 핵심인 법인 설립을 통한 보상안에 유족과 피해자들이 모두 반대하는 셈이어서 추가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조정위의 조정권고안에 찬성했던 반올림 내 유족대표 2명이 이날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내부 불화 등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더군다나 다른 주체들과 후속 조정 절차를 앞둔 상황에서 반올림 소속 유족 2명 모두가 반대하면서 추가 조정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반올림과 유족 대표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관련업계에서는 과거 가족대표위가 반올림에서 떨어져 나오는 과정에서처럼 이번에도 피해자 유족들과 반올림 소속 활동가들간 의견 차가 좁힐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반올림이 앞서 찬성입장을 밝힌 사안에 대해 소속 유족들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활동가들이 유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일방통행을 했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올림의 내분은 향후 조정위가 진행할 후속 조정에도 악영양을 미칠 전망이다. 두 유족 대표가 반대하면서 반올림도 더 이상 조정권고안에 찬성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가족대표위와 삼성전자가 모두 신속한 보상과 함께 공익법인 설립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세부 항목들에 대한 의견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추가 조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있어 각 주체별 내부 의견 조율에 이은 세 주체간 의견 조율을 통한 합의안 마련에는 더욱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