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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5위 롯데, 형제간 분쟁으로 최대위기

김영진 기자
입력 2015.08.06 11:37
수정 2015.08.19 15:04

가족간 분쟁 결국 그룹 최대 위기로…지배구조 투명하게 바꿔야 지적도

서울 잠실에 건설중인 롯데월드타워. ⓒ롯데물산

가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롯데그룹 리스크가 한·일간의 감정싸움에서부터 정부·정치권·소비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롯데사태가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롯데그룹 및 재계에 따르면 신격호-신동주-신동빈 등 부자간 혹은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시작된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를 놓고 '국적 정체성'논란까지 일면서 한일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영권 분쟁에서 보인 추태와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반감으로 소비자 및 소상공인 등이 롯데 불매운동에 나섰다.

일본에서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롯데는 그룹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나오는 한국기업"이라고 말한 이후 반감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측에서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재점검하고 있다.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그룹의 소유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파악하기로 했다. 국내 소유구조는 물론이고 일본의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 해외 지분구조도 따져 볼 계획이다.

현행법상 상호출자가 제한된 대기업은 비상장기업이라도 최대주주의 주식 보유현황이나 임원의 구성현황 등을 공시해야 하지만 외국의 법인은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

공정위는 광윤사나 롯데홀딩스가 이에 해당된다고 보고 외국기업이 한국기업이 지배하는 맹점을 보완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19.7%, 일본 L투자회사 등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미 공정위는 롯데그룹에 오는 20일까지 해외계열사 소유실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공정위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해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해외 계열사를 포함한 전체적인 소유 구조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정위는 롯데가 관련 자료를 제출을 하지 않거나 허위내용을 보낼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이번 기회에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도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새누리당과 공정위는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순환출자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이날 당정회의는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물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도 롯데의 일부 계열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관세청은 면세점 재허가 문제로 이번 롯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롯데는 오는 12월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과 잠실 롯데월드면세점의 특허(특별허가)기간이 끝나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롯데는 면세점 사업으로 지난해 1조97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면세점 사업은 국가가 세수를 포기하면서까지 기업에 이익을 주는 허가 사업이다.

이에 따라 롯데가 일본의 기업인지 한국의 기업인지 정체성 혼란을 주는 과정에서 재허가를 해줘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은 해외 상호출자규제를 해외법인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인 일명 '롯데해외법인법'을 지난 5일 발의했다.

신 의원은 입안 의뢰서에서 "해외계열사를 통한 상호출자를 할 경우 공정거래법 규제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고 신규상호출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법인을 만들어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해외법인까지 상호출자규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롯데의 땅 부지 매입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지난 1988년 부산 부전동 롯데호텔 부지를 사들이면서 자본금의 99.9%가 일본인 소유란 이유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적용받아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받았다"며 "롯데그룹의 탈루의혹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재계에서는 벼랑 끝에 선 롯데 사태가 어떻게 결론 날지 쉽게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 기회에 정체성을 확실히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할 필요성은 있다는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상장기업이라도 어느정도 규모의 대기업이라면 지배구조나 소유구조는 확실히 밝힐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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