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인지 계파 대표인지..." 망각한 이종걸
입력 2015.07.27 21:47
수정 2015.07.28 09:15
당 중진 "말하고 싶은 것, 행동하고 싶은 것, 정제없이 마구 내뱉어"
“무슨 초선도 아니고 제1야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개인 의원이나 할 행동을 저렇게 불쑥불쑥 하나. 그럼 대표직이라는 게 왜 있나.”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또다시 ‘개인 플레이’를 선보인 27일 당 핵심 관계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을 터뜨렸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취재진에 둘러싸인 이 원내대표를 언급하며 “저럴 때 말고 평소에는 자기가 원내대표라는 걸 아예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원내대표는 “비례대표 확대 논의는 '참정권 0.5 시대'에서 '참정권 1.0 시대'로 가는 핵심 정치개혁"이라며 그간 논란이 된 ‘의원정수 확대’를 당론으로 추진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전날 저녁 비공개 최고위 후 당 대변인실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의 ‘의원정수 확대 발언’은 이 원내대표의 개인적 견해”라며 가까스로 수습한지 하루만이다.
앞서 같은 날 당 혁신위원회가 지난 ‘제5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이 원내대표는 곧바로 의원수를 390명으로 늘리고 세비를 50% 삭감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특히 민감한 사인인 만큼 이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혁신위가 불을 지핀 데 원내대표가 나서 기름을 부은 것이다.
이에 ‘화들짝’ 놀란 당 대변인실이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당 차원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다.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며 “국회의원 정수 문제는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매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의 이같은 개인 플레이는 앞서 원내대표 취임 10여일만에 터져나왔다. 그는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 인상’ 문구 자체에 연연하지 않겠다. 여당에 50% 비명기 명분을 주면서 소득대체율 총합이 50%가 되게 실리를 취할 것”이라며 ‘50% 명기 포기’ 발언을 내뱉었다가 당이 ‘발칵’ 뒤집어지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난감해진 지도부는 즉각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며 선 긋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광주 망월동 5·18 민주묘역에서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종걸 원내대표의 안은 우리 당내에서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거나 방향이 정립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고, 강기정 전 정책위의장도 “기존에 정리된 원칙과 입장이 있기 때문에 새 협상카드로 제안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에 불만을 품고 아예 최고위원회에 불참해버렸다. 문 대표가 친노계 인사인 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할 뜻을 내비치자, 이 원내대표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실상 ‘비노계 수장’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유승희 최고위원까지 20여일 간 최고위에 불참한 데 이어 복귀 후 첫 회의석상에서도 문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가 이용득 최고위원에게 쓴소리를 들었다.
이 원내대표의 이같은 처신을 두고 당 일각에선 “원내대표가 아니라 계파 대표자같은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재선 의원은 “아무리 그래도 지도부에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계파’ 어쩌고 하면서 최고위를 안 나오나. 그러니 유승희같은 사람도 냉큼 따라서 최고위를 비워버리는 게 아닌가”라며 “원내대표가 아니라 좌충우돌 개인 의원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콩가루’라는 말을 듣게하는 주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지도부를 지낸 중진급 의원도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개인 생각도 접어둘 줄 알고, 말하고 싶은 것도 공개석상에서는 참을 줄 알아야한다"며 "말하고 싶은 것, 표현하고 싶은 것, 하나도 정제되지 않고 막 내뱉는 사람에게는 무게도 없고 권위도 없다. 당에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