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반발에도 '자사고' 취소 결정 미림여고 속사정
입력 2015.07.22 10:21
수정 2015.07.22 10:32
"학생 모집 어려운 현실 받아들여야" vs "일방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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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교육청과 자율형사립고(자사고)·학부모 간 갈등으로 논란이 됐던 자사고 지정취소 문제가 이번에는 자사고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운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일찍이 일반고 전환 의사를 밝힌 미림여고와 학교 재단 측에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또 다른 분란이 야기되고 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 모집이 힘들다'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이들 학부모는 '학교 측의 너무도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의 '2015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 지정취소 대상학교 명단에 오른 미림여고는 지난 8일 열린 자사고 청문회에 불참했다. 함께 지정취소 대상에 오른 3곳의 학교가 미흡 항목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 의지를 소명한 데 반해 미림여고는 일찌감치 자사고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교육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서울교육청은 20일 "청문에 참석하지 않은 대신 제출한 의견서에서 평가 결과를 수용해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교육부의 동의 절차를 거치면 미림여고는 최초의 자사고 지정취소학교가 돼 2016년도 신입생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미림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그동안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다른 자사고에도 일반고 전환과 관련해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림여고 "학생모집 어려워" VS 학부모 "일방 통보…일반고 전환 재고"
미림여고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학생 수급 문제와 재정상의 어려움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림여고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모집과 학생 충원의 어려움으로 학교 운영의 한계성을 느끼고 서울시교육청의 처분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학부모에 전달했다.
실제 미림여고는 2013년 0.39대 1, 2014년 0.46대 1, 2015년 0.34대 1로 서울시내 자사고 24곳 가운데 입학경쟁률에서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 운영되는 자사고의 특성상 미림여고가 학생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일반고로의 전환을 결심하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미림여고 측 관계자는 21일 데일리안에 "일단 모집이 안 되는 것이(일반고 전환의) 가장 큰 이유"라며 "아무리 설명을 해도 학부모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드실 것"이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부모 입장에서 소통이 부족했다고 충분히 말씀하실 수 있다. 그렇지만 학교는 일단 현재 재학생들이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자사고 학생으로서 입학할 때 천명했던 내용들을 최대한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림여고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사전 설명이나 협의도 없이 일반고 전환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교의 전반적인 교과운영과 정책이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교를 믿고 자녀를 맡긴 학부모와 충분히 소통하는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유경자 미림여고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회장(2학년 대표)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교에서 정식 절차를 밟은 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 통보식으로 알렸다.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통보했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통해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학교의 처사가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로 학교 사정이 어렵고 힘든 상황이었다면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우선 아니냐"고 반문하며 "입학할 때는 물론이고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학교 측이 자사고를 유지하겠다고 하더니 어떻게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수 있는지 모르겠다. 신뢰감이 정말 떨어진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 측이 사정을 설명하고 학부모에게 양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는 게 유 회장을 포함한 미림여고 학부모들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학교가 일반고 전환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은 물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죽이기' 공약의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힘들게 등록금을 마련해서 자사고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는데 귀족학교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우고, 혁신학교는 되고 자사고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펴는 것도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데 정말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지정취소 반대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일부 학부모들과 함께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또 향후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집회를 열 계획이다.
교육부 "절차에 맞는 평가인지 확인할 것"…8월 중 동의 여부 결정
한편, 사실상 미림여고 지정취소 여부에 최종을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교육부는 '교육청의 제출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 절차와 규정에 맞게 평가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21일 "아직 교육청에서 자료가 오지 않았다"면서도 "절차에서 미림여고가 (일반고 전환) 의사를 표했는지 보고, 그 연장선상에서 해당 학교가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학교의 의지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는 이번 지정취소 사태와 관련한 학부모의 반발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종 판단 과정에서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교육부는 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자료가 도착하는 대로 적절성 여부를 검토해 8월 중으로 결론내릴 방침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교육청의 동의 신청이 들어오면 50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결론내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일선 현장에서의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 되도록 이른 시일 내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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