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제, 그때 그 순간 ´BEST& WORST´
입력 2006.12.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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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관록 있는 수상자들의 진솔한 수상 소감
WORST-신성일 구명운동..간접광고 등 빈축
BEST- 관록 있는 수상자들의 진솔하고 뼈있는 수상소감
15일 ‘제27회 청룡영화상’은 축제다운 화려한 볼거리나 ‘깜짝’이벤트가 줄어든 대신, 시상식 본연의 의미와 품위에 걸맞게 시종일관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청룡영화제 사회로만 벌써 5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정준호과 김혜수는 베테랑답게 돌발 상황에서도 유머와 침착함을 잃지 않는 노련미를 과시했다.
주요 부문 각 수상자들의 겸손하면서도 진솔한 수상소감들도 호평 받았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변희봉은 자신을 영화배우로 재발견해준 봉준호 감독에게 무한한 감사와 함께 “오늘 밤에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꿈속에서라도 찾아와주시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남우주연상의 안성기는 “요즘엔 공로상만 주로 받았는데, 고목나무에 다시 꽃을 피게 해줘 감사하다.”고 연륜이 깃든 위트로 소감을 대신했다. 박중훈은 “예전에는 상을 받으면 우쭐한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는 주연에 얽매이지 않고 세월이 흘러 남우조연상, 단역상으로도 이 자리에 다시 서고 싶다.”는 소감으로 갈채를 받았다.
<타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혜수는 “이 상은 내가 받을 상이 아닌 것 같다. 누가해도 빛이 났을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를 맡게 해준 최동훈 감독에게 감사한다.”며 겸손했다. <천하장사 마돈나>로 이해준 감독과 함께 이날 신인감독상과 각본상을 공동 수상한 이해영 감독은 “비록 이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사람을 해치지 않고 선한 마음을 간직한 코미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의미 있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보통 자신의 차례가 끝나면 ‘바쁘신’ 배우들이 휑하니 자리를 뜨며 개인주의경향이 보편화되어있던 기존 시상식에 비하여, 이번 청룡영화상에는 많은 배우들이 행사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지킨 것도 달리진 부분. 과거 정작 영화인들 모두의 축제가 되어야할 시상식이 그동안 ‘소수의 잔치’로 전락했던 것과 비교할 때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할만하다.
WORST- 때와 장소를 가립시다!
이번에도 몇몇 주요부문 수상자들이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 종종 대리 수상자가 등장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여우주연상 부문에서는 김혜수와 장진영을 제외하고 후보에 오른 여배우 가운데 3명이 불참, 다소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시상자들이 보여준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언행도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그간 시상을 하러나온 배우들이 본연의 임무는 잊고, 공중파 방송을 악용하여 무대에서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노골적인 ‘영화홍보’를 벌이는 관행이 최근 들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이날은 출연작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많은 배우들이 비교적 홍보성 멘트를 자제했다.
현영과 이범수 등 일부 시상자들은 여전히 시상하러 나와서는 제일 먼저 자신의 출연작부터 광고하는 ‘눈치 없는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친분 있는 원로영화인에 대한 동료애야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게 때와 장소에 맞아야한다는 것. 원로 배우 신성일은 16대 국회의원시절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지원법 연장과 관련, 옥외 광고물업자들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받아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의정부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방송이 나간 뒤 네티즌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싸늘했다. 네티즌들이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신성일이 영화인이기 이전에, 정치인으로 범죄혐의가 드러나 옥고를 치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억울한 누명을 썼거나 영화계를 위해 헌신하다 피해를 본 것이 아니라는 것.
설령 신성일에 대한 선처를 호소한다 할지라도 개인자격이 아닌, 공식석상을 이용해 영화인들의 이름을 끌어들인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신성일이 영화배우로서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치인이 되었음에도 오히려 비리혐의로 입건된 죄질에 대해 대중의 시선이 싸늘함을 감안할 때,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언행으로 영화인들 전체의 이미지만 도매금으로 실추시킨 이날의 WORST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