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배니스터 감독과 신경전 ‘어떻게 봐야하나’
입력 2015.06.12 09:40
수정 2015.06.13 08:35
11일 오클랜드전 역전패 이후 감독과 마찰
팀 내 위상 고려했을 때 추신수 우위 현실
추신수는 이례적으로 감독을 향해 불만을 나타냈다. ⓒ 게티이미지
4월 부진을 딛고 부활 기지개를 켠 추신수(33·텍사스)가 감독과의 신경전이라는 뜻하지 악재와 마주했다.
텍사스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O.co 콜리세움서 열린 ‘2015 MLB’ 오클랜드와의 원정경기서 4-5 역전패했다.
사건은 경기 후에 발생했다. 텍사스의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를 따로 불러 “3루 송구가 결정적 패인이 됐다”며 유감을 표시했고, 이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재차 언급했다.
이례적인 질책에 추신수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나 때문에 진 것인가”라며 "글러브를 줄 테니 직접 한 번 해보라"라는 말로 사실상 배니스터 감독에게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추신수는 4-2로 앞선 8회, 벤 조브리스트의 안타를 잡은 뒤 3루로 길게 공을 뿌렸다. 1루 주자가 3루에 안착한 사이, 타자 주자가 2루까지 내달렸고 이를 잡기 위해 3루수 조이 갈로가 급히 2루로 던졌으나 악송구로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결국 이후 상황에서 동점을 허용한 텍사스는 9회말 1점을 더 내줘 패하고 말았다.
그동안 추신수는 묵묵히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선수로 평가되곤 했다. 심지어 상대 투수의 투구가 몸쪽 위협구로 향해도 좀처럼 흥분하는 적이 없었다. 매사에 신중한 성격이 그라운드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나는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추신수는 마치 지금까지 억눌러왔던 감정을 분출하듯 평소답지 않은 모습으로 취재진을 대했다. 감독과 선수간의 관계, 더 나아가 두 사람의 팀 내 입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메이저리그에서 감독과 선수의 위상은 한국 또는 일본과 크게 다르다. 일본프로야구에서 감독의 존재는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이는 일본야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위 ‘보스형 감독’이 아직까지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메이저리그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선수 이적에 대한 권한도 웬만한 명장이 아니라면 얻기가 힘들다. 프런트 야구가 지배하는 구조 속에 감독이 해야 할 일은 그라운드 내로 좁혀진다.
오히려 팀을 이끌어가는 베테랑들의 목소리가 더욱 클 때도 있다. 여기에 클럽 하우스 리더의 지배력은 감독 이상 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을 부르는 말이 coach가 아닌 manager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니스터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감독이 아니다. 피츠버그에서 주로 대타로 활약했던 그는 5년간의 짧은 현역 생활을 마치고 곧바로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3년간 피츠버그에서 코치를 맡다 올 시즌 처음으로 감독 자리에 오른 신인이다.
따라서 아무래도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할 수밖에 없고 입지도 불안정한 것이 현실이다. 아무래도 노련하지 못한 그가 베테랑 선수들과 부딪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초짜 감독과 팀 내 핵심 선수간의 마찰은 후자가 승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추신수의 경우, 텍사스가 우승을 위해 7년간 1억 3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주고 데려온 선수다. 지난해 부진할 때에도 그의 위상은 흔들림이 없었고, 부상을 입자 철저한 관리 시스템 속에 보호하고 나섰다. 게다가 추신수는 3년 계약의 배니스터 감독보다 훨씬 오래 팀에 있을 선수다.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한다 하더라도 추신수 입장에서도 결코 좋을 리가 없다. 팀 분위기를 해친 선수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특급 선수라도 감독과 잦은 마찰을 일으킨 선수는 팬들의 인기는 물론 동료들의 신뢰를 잃은 경우가 상당했다.
중요한 점은 갈등을 봉합하지 않았을 때 언젠가는 묵은 감정이 폭발하게 되며, 이는 곧 팀 캐미스트리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다행히 배니스터 감독은 위기를 직감한 듯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그는 이튿날 오클랜드와의 경기에 나서기 전 “추신수의 모든 플레이를 신뢰한다. 나에게 하는 말도 그렇다”며 “우리는 지난 6주간 어제와 같은 경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경기가 실망스러웠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