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보릿고개…여름 성수기 어쩌나
입력 2015.06.15 09:47
수정 2015.06.29 16:29
'쥬라기월드'·'터미네이터5' 등 할리우드 대작 개봉
'극비수사'· '나의 절친 악당들' 스타 감독작 경쟁

한국영화가 외화에 밀려 극심한 침체기를 걷고 있다. 지난 2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610만)부터 시작된 외화 공세는 4월 '분노의 질주: 더 세븐'(320만)·'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 5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340만)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스파이'(200만)의 깜짝 흥행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올해 관객 200만명을 돌파한 한국영화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380만), '스물'(300만), '강남 1970'(210만), '악의 연대기'(210만) 등 네 편뿐이다. 극장가 최대 대목인 여름 성수기를 맞아 한국 영화는 스타 감독와 배우들을 내세워 반격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벽은 쉽게 뚫리지 않을 전망이다.
흥행이 보장된 '쥬라기 월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 인기 시리즈물이 잇달아 관객들을 찾을 채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전설들의 귀환'
최고 기대작은 14년 만에 돌아온 쥬라기 공원 시리즈 '쥬라기 월드'다. 199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쥬라기 공원'시리즈의 4편에 해당하는 영화로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공룡들을 앞세운 테마파크 '쥬라기 공원'이 22년 만에 개장하지만,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난 공룡들의 위협이 시작되면서 펼쳐지는 인간과 공룡의 사투를 담는다.
생생하고 혁신적인 비주얼 구현을 위해 할리우드 유명 특수효과 전문회사인 ILM(Industrial Light&Magic)이 최첨단 특수효과를 맡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았고,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의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11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 180만명을 돌파했고, 실시간 예매율은 49.1%(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오전 9시 40분 기준)로 압도적 1위를 나타냈다.
내달 2일 개봉할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역시 기대작으로 꼽힌다. 특히 배우 이병헌이 액체형 금속 로봇이면서 악역 T-1000을 맡아 큰 화제가 됐다. 리부트(Reboot·시리즈의 연속성을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2029년 존 코너가 이끄는 인류 저항군과 로봇 군단 스카이넷의 미래 전쟁, 1984년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구하기 위한 과거 전쟁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병헌 외에 아널드 슈워제네거, 에밀리아 클라크, 제이 코트니, 제이슨 클락 등이 출연하며 영화 '토르: 다크 월드'(2013)의 앨런 테일러 감독이 연출한다.
시리즈 사상 가장 강력한 적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을 비롯해 시리즈 대표 캐릭터 T-800, 액체 금속 로봇인 T-1000, 베일에 싸인 T-5000 등 다양한 터미네이터들이 등장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인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이 '터미네이터'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IMF 팀원들이 구게 테러조직 '로그네이션'에 맞서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는 톰 크루즈가 펼치는 '명불허전' 액션신이 담겨 있어 기대감을 자아냈다. '작전명 발키리'(2008)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의 각본을 쓴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연출했으며 시리즈 전편에 출연한 제레미 레너, 사이먼 페그, 폴라 패튼 등이 다시 합류했다.

유명 감독 연출작…다양한 장르 눈길
외화에 맞설 한국영화는 범죄·미스터리·전쟁·액션·드라마 등 각양각색의 작품이 포진돼 있다. 18일 개봉하는 곽경택 감독의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유괴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연기파 배우 김윤석 유해진 등이 출연했다.
최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김윤석이 "소금만 찍어 먹어도 되는 백숙 같은 영화"라고 자신한 것처럼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맛이 난다.
같은 날 개봉하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1938년 경성의 기숙학교에서 사라지는 소녀들과 관련된 괴담을 담아냈다. '천하장사 마돈나'(2006)를 연출해 호평받았던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배우 엄지원 박보영 등이 나온다.
24일에는 2002년 발발한 제2 연평해전을 그린 '연평해전'이 개봉한다. 10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개봉일이 미뤄졌다. 영화는 당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학순 감독이 제작 기간 7년을 딛고 세상에 내놓은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우파 영화'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25일에는 임상수 감독의 '나의 절친 악당들'과 실화를 소재로 한 '소수의견'이 선보인다. '나의 절친 악당들'은 의문의 돈 가방을 손에 넣은 지누(류승범)와 나미(고준희)가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진짜 악당이 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2년 만에 복귀한 류승범 표 청춘 영화로 '바람난 가족'(2003), '하녀'(2010), '돈의 맛'(2012) 등 무거운 작품을 해온 임 감독이 힘을 뺀 연출을 볼 수 있다. 임 감독은 "우울하고 처져 있는 청년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는 유쾌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소수의견'은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강제 철거현장에서 두 청년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다룬 법정 드라마다.
2013년 크랭크인 해 무려 2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혈의 누'(2005)의 각색과 프로듀서를 맡았던 김성제 감독이 연출했으며 윤계상 김옥빈 유해진 등이 주연으로 나섰다.
7월에는 최동훈 감독이 연출하고 전지현 하정우 이정재 등이 출연하는 '암살'과 류승완 감독의 형사 이야기 '베테랑'이 극장에 걸린다.
박호선 영화 평론가는 "한국 영화의 반전 가능성은 희박하고, 점점 암울한 상황으로 갈 것 같다"며 "기획, 제작, 배급, 상영까지 꽉 잡은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들의 획일화된 시스템이 감독들의 창의성이나 개성을 갉아먹어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영화가 나오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박 평론가는 이어 "자만에 빠진 감독들이 이야기보다 스타를 앞세운 멀티 캐스팅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관객들도 한국영화가 점차 개성이 잃어가고 있다고 인식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