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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터도 굴복한 펠레 입놀림 저주?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6.03 11:29
수정 2015.06.03 16:28

5선 성공 FIFA 블래터 회장 돌연 사임

펠레 "적극 지지" 발언과 맞물려 우스갯소리도

블래터 사퇴, 펠레 입놀림 저주?

블래터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을 두고 '펠레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 게티이미지

국제축구연맹(FIFA)을 강타한 부패 스캔들의 후폭풍에도 최근 5선에 성공한 제프 블래터 회장이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AP통신과 영국 BBC 등 복수 매체들의 3일(한국시각) 보도에 따르면, 블래터 회장은 이날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열고 "FIFA를 위해 회장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FIFA 회원들을 통해 제12대 회장이 됐지만 이번 회장 당선이 세계 모든 축구인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고 사임 배경을 밝히며 "조직을 위해 재선거를 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블래터 회장의 선택은 결국 최근 FIFA의 부정부패를 둘러싼 여론의 전방위 압박에 대한 굴복이다. 블래터 회장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사퇴 압박에도 부패 스캔들은 개별적 사안일 뿐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선거 직전부터 상황이 악화됐다.

지난달 30일 스위스 연맹 본부에서 진행된 FIFA 회장 선거에서 경쟁자 알리 빈 알 후세인(40·요르단) FIFA 부회장을 큰 차이로 제치고 오는 2019년까지 5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선거 이틀 앞두고 미국과 스위스 검찰이 공조해 연맹본부를 압수수색한 데다 FIFA 현직 임원들이 긴급 체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뇌물 수수 혐의에 연루된 이들 임원은 대부분 블래터 회장의 측근들이다.

축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블래터 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평소 대표적인 반블래터 인사로 알려진 UEFA 미셸 플라티니 회장, FIFA 회장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했던 포르투갈 축구의 전설 루이스 피구, FIFA 정몽준 명예부회장 등은 블래터 회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부 장관 등 유럽의 정치권 인사들도 블래터와 FIFA의 도덕성을 비판했다.

물론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러시아 등 블래터 회장을 지지하는 세력도 견고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 블래터 회장에 대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연맹본부와 측근들까지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에 이르자 더는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블래터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을 두고 '펠레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 축구황제이자 세계축구계의 원로로 꼽히는 펠레는 종종 현실과 정반대로 빗나가는 예측을 던져서 웃음거리가 되기 일쑤다. 우승후보로 지목하는 팀은 대부분 조기 탈락한다는 것은 월드컵의 대표적인 징크스 중 하나로 거론될 정도다.

공교롭게도 펠레는 블래터 회장이 사임하기 하루 전 쿠바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블래터 회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펠레는 "블래터는 25년간 FIFA를 위해서 헌신한 인물이고,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회장을 맡아야했다. 그의 연임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펠레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블래터가 자진사임, 결과적으로 펠레는 또 헛소리 한 꼴이 됐다.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이쯤 되면 오묘한 괴력을 지닌 펠레의 입놀림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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