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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일색 사회적 경제조직 키우는걸 보수가 앞장서?"

동성혜 기자/하윤아 기자
입력 2015.06.02 08:27
수정 2015.06.02 08:28

<데일리안-바른사회 기획-사회적경제기본법 해부⓶>

임헌조 "새누리당 법안 보면 전제부터 잘못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됐다. 지난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 시행에 이어 사회적 경제체제를 확대한다는 것이 목적이지만 ‘사회적 기업 육성법’ 자체가 사실상 2006년 지방자치 의원 선거 승리를 위한 표퓰리즘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2007년 이후 대폭 확대된 사회적 기업은 경영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 등 내부적 역량이 부족하며 생산성이 낮아 성공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국가의 인건비 지원이 없으면 자립할 수 없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철저한 평가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 통과된다면 심각한 예산 낭비와 관치경제라는 비판, 정경유착의 폐해 등 여러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데일리안’은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공동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반 시장경제주의, 관치 문제, 사회적경제 발전기금 문제의 심각성, 사회적기업의 정치세력 변질 우려, 향후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 등을 조목조목 분석해보았다. < 편집자 주 >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무총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제적으로도 아직 명확한 개념을 정리하지 못한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가 어느 때부턴가 자유주의시장경제를 흔들려고 한다. ‘양극화 해소’라는 명목으로 그것도 ‘사회적경제기본법’이라는 세련된 형태의 법으로 말이다.

반자본이데올로기와 협동조합주의의 결합에서 비롯된 이 법의 기본인 ‘사회적 경제조직’ 혹은 근본이 되는 ‘협동조합’은 이미 사회주의에서도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다며 “자기 책임과 자립 없이 관치가 개입하면 실패한다”고 단언하는 주장이 나왔다.

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무총장)는 “협동조합을 조직하든, 주식회사를 조직하든 사회적 기업을 조직하든 개인의 선택이면 존중해주면 된다. 성공이나 실패를 그 개인이 책임지면 되기 때문이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개입해 국민 세금으로 협동조합을 육성하겠다는 법안 자체가 사회적 경제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시장경제도 교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자신의 책임과 자립을 통해 ‘조직’을 운영하면 될 일을 정부가 나서서 국민 세금으로 이끈다는 것은 시장경제 자체를 흔든다는 설명이다.

특히 임헌조 이사는 ‘심각한 양극화로 인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내부로부터의 붕괴위기에 직면했다…국가와 시장만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안이유를 지적했다.

이어 “어떤 명제에서 전제가 틀리면 다 틀리는 거다. 전제가 틀린데 결론이 맞을 수 없다”면서 “국가가, 시장이 문제라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고 그 대안이 협동조합이라는 것 자체는 전제가 틀렸기 때문에 정책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우리는 그 전제를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전제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부정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임 이사는 “사회적경제조직도 일반조직과 똑같아 자신의 돈으로 장사하면 망하든 흥하든 모두 자기책임이지만 남의 돈으로 장사하면 자기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며 “사회적 기업을 육성한다고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원금을 엄청 모아 정책에 따라 지원했지만 보조금을 받아서 유지하다가 막상 지원이 끝나니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했다”고 지난 과정을 되짚었다.

또한 임 이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책임 하에서 피 같은 돈으로 기업을 키워야한다는 마음가짐”이라며 “그럴 때 외부지원이 들어와야 효과적이지 그렇지 않으면 의존적 기업이 된다. 쉬운 말로 ‘비빌 언덕이 없으면’ 무너지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좌파 시민사회를 강화해줄 것이라는 지적에 임 이사는 “선진국에서는 시민단체를 토대로 사회적 경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좌우 성향의 단체들이 서로 으르렁대면서 진영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알다시피 ‘친북’이라는 암적 성향이 시민사회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의 경우처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 이사는 “우리나라에 있는 대다수의 생활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일반협동조합이나 대부분의 사회적 경제조직이 좌파 일색”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시민사회가 균형을 완전히 잃고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사회적 경제와 시민사회를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임 이사는 2013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반값식당’을 사회적 경제조직의 전형적인 실패사례로 들며 “협동조합도 시장 안에서의 사업관계를 분석하고 아이템과 제품이 어떤 가격으로 책정되고 어떤 경쟁력을 가질지 평가한 후에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굉장히 큰 교훈을 얻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임 이사는 “사회적 경제조직에서 일반협동조합은 배제시키고 사회적 재화와 사회적 서비스를 생산하고자 하는 기업들 중심으로 구성하되 그들 내부에서 자립과 자기책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가 관여해야하는 것이 맞다”고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

특히 임 이사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막기 위해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여당의원들이 법을 제정하려는 의도가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아젠다를 선점하자는 주장이더라”고 했다.

임 이사는 “그러나 정당 사업이나 정책도 가장 중요한 것이 시장조사이며 정세 분석이다. 현황이 어떤지 파악하고 그러한 현황 속에서 국민 요구에 맞게 실현될 것인지 따져봐야 하는데 지금 법안은 그 과정이 생략됐다”며 “야당이 한다고 해서 무작정 구색 맞추기 식으로 법을 통과시킨다면 국민들이 겪을 고통이 상당하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 이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무총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태동하게 된 배경과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2012년 12월 1일부로 협동조합기본법(5인 이상 조합원을 모으면 누구나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 발효됐고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되면서 두 가지가 결합된 형태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촉진됐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조직의 형태가 생겨난 지는 꽤 오래됐다.

그러나 소위 근대적 의미에서의 협동조합이나 선진국과 동일한 형태의 사회적경제조직은 구한말 일제치하에서부터 시작됐지만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다 대한민국 초기 농촌 개발활동이나 농업 생산성 효율을 높이기 위해 농협이 만들어졌다. 다만 농협의 경우는 관치 형태로 만들어졌고 사실상 협동조합이 대중적 의미로 확산되기 시작한 계기는 재작년이라고 볼 수 있다. 재작년에 만들어져 발효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태동하게 된 것은 2013년부터라고 본다.“

-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 자체에 상당한 혼동이 있는 것 같다.

“‘사회적 경제’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국제적으로 공용어로 쓰이는 정리된 개념이 아니다. 나라, 사회 조직마다 다 다르다. 유럽 내에서도 나라마다 개념이 달라 이 용어를 가지고 논쟁이 심각한 상황이다.

예전에는 협동조합 또는 자활기업, 사회적 기업이라 쓰였고 하나의 범주로 묶여 ‘사회적 경제’라고 표현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사회적 경제의 범주 안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등치시켜서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부 보수진영에서도 앞에 ‘사회적’이라는 말이 들어가 사회주의라고 한다는데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회주의 경제정책에서 주안점은 국가가 하는 것 즉, 관치다. 그런데 협동조합은 사회주의에서도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는 자기 책임과 자립이 근본이기 때문에 여기에 관치가 개입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사회주의도 인정했다.”

- 현재로서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사회적 경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먼저 ‘경제’가 무엇이냐는 질문부터 할 수 있다. 경제라는 것은 인간이 사회를 만들고 구성하면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그런데 그 앞에 ‘사회적’이라는 말이 붙으면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가 아니라 필요한 ‘사회적 재화’나 ‘사회적 서비스’를 뜻한다. ‘사회적 재화’ 혹은 ‘사회적 서비스’는 공공을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또 쟁점이 형성된다.

자본의 원리는 투자를 통해 더욱 많은 가치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재화’나 ‘사회적 서비스’는 소위 말하는 이윤창출이 적다. 그렇기 때문에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기업이나 일반인들이 진출하려하지 않는 분야에 대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권장해 일반인 참여를 지원해주는 식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에 일반협동조합을 포함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라고 본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잉여금을 배분하지 않고 다시 재투자를 하는 반면, 일반협동조합은 이윤을 창출해 구성원에게 잉여금을 배분한다. 일반협동조합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재화’나 ‘사회적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아이템에 5명 이상이 뭉치는 것이다. 때문에 일반협동조합을 과연 사회적 경제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내용을 보면 ‘대한민국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한국경제의 체제를 개혁해야한다’고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양극화 해소라는 입장에서 문제의식 없이 들어보면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 주장의 근본적 문제는 무엇인가?

“인간이 존재하면서 소위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는 존재해왔다. 아주 오래전에도 예를 들면 이조시대 두레나 품앗이 등이 있었듯이 말이다. 그러다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초기부터 지금까지 협동조합 형태의 조직이 계속 이어져왔다.

물론 ‘사회적 경제’의 개념에 대해서는 보수진영에서도 입장차가 있다. 저는 ‘사회적 경제는 나쁜 것이니 없애야 돼’라는 식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과거에서부터 항상 존재해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직이 발전하는 대로 인정하면 되는 부분인데,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관치로 육성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협동조합을 조직하든, 주식회사를 조직하든 사회적 기업을 조직하든 개인이 선택하면 존중해주면 되는 것이다. 성공이나 실패를 그 개인이 책임지면 된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해서 국민 세금으로 협동조합을 육성하겠다는 법안 자체가 사회적 경제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시장경제도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새누리당의 법안을 보면 앞부분에 양극화 해결할 수 있다고 나온다. 과연 그런가. ‘국가와 시장만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떤 명제에서 전제가 틀리면 다 틀리는 거다. 전제가 틀린데 결론이 맞을 수 없다. 국가가, 시장이 문제라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고 그 대안이 협동조합이라는 것 자체는 전제가 틀렸기 때문에 정책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우리는 그 전제를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전제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 지적했듯이 ‘정부의 개입’ 즉 ‘관치’라는 부분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그렇다. 사회적 경제는 관치로 성공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립과 자기책임이다. 역사적으로도 세금을 걷어서 협동조합을 육성해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런데 모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있었다. 사회적 경제조직도 일반조직과 똑같다. 자신의 돈으로 장사하면 망하든 흥하든 모두 자기책임이다. 그런데 남의 돈으로 장사하면 자기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지금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기업을 육성한다고 해서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원금을 엄청 모아서 정책에 따라 지원했다. 그런데 지원할 때는 보조금을 받아서 유지하다가 막상 지원이 끝나니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자기 책임 하에서 피 같은 돈으로 기업을 키워야한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럴 때 외부지원이 들어와야 효과적이지 그렇지 않으면 의존적 기업이 된다. 쉬운 말로 ‘비빌 언덕이 없으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특히 좌파 시민사회를 강화해준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어느 점에서 그런가.

“해외에서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조직의 역사가 200년 이상이다. 일반 시민을 중심으로 발전한 게 아니라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운동권들이 중심이 됐다. 보기 좋게 표현하면 시민단체가 해왔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시민단체를 토대로 사회적 경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좌우 성향의 단체들이 서로 으르렁대면서 진영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를 토대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조직이 발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좌우 갈등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알다시피 ‘친북’이라는 암적 성향이 시민사회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의 경우처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 있는 대다수의 생활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일반협동조합이나 대부분의 사회적 경제조직이 좌파 일색이다. 이는 대한민국 시민사회가 균형을 완전히 잃고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사회적 경제와 시민사회를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무총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국내에서 이른바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으로 실제 진행됐던 사업이 있는가.

“기억하실 거다. 지난 2013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사업 가운데 하나가 ‘반값식당’이다. 모두가 좋지 않은 선례로 기억하고 있다. 알다시피 반값식당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의미에서 서울시가 식당 음식을 반값으로 책정한 것이다. 그런데 인근에 반값식당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인들이 시위하기 시작했다. 반값식당이 들어오면 모두 망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발이 심하니 반값식당도 결국 사라졌다.

서울시가 반값식당을 하겠다고 하면 이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반값식당을 운영해서 세금을 낸 주변 식당을 망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역습이고 딜레마다.

내가 내 돈으로 식당을 차려 가격을 반값에 책정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결국엔 망하게 된다. 가격은 소위 자제와 임대료, 인건비로 적정하게 설정된 것이다. 7000원짜리 곰탕을 비슷한 조건에 3500원에 팔면 망할 수밖에 없다. 자립과 자기책임 하에서 시장 안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인데, 내가 서민들을 위해 반값에 내놓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없는데 어떻게 내가 하는 서비스가 존재할 수 있겠나.

이 실패 사례를 통해 협동조합도 시장 안에서의 사업관계를 분석하고 아이템과 제품이 어떤 가격으로 책정되고 어떤 경쟁력을 가질지 평가한 후에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굉장히 큰 교훈을 얻은 셈이다.”

- 협동조합도 결국에는 시장 안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이라는 설명인가.

“그동안은 정부와 기존 시장 사이에 협동조합이 있고 그래서 기존 시장과는 별개의 질서와 시스템으로 협동조합이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존 시장 안에 존재하는 경제활동 단위의 형태 중 하나가 협동조합이다. 실제 미국은 협동조합을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 중 하나라고 본다.

다만 유럽은 조금 다르다. 유럽에는 사회민주주의가 많이 녹아있기 때문에 정부와 시장 사이에 협동조합이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레토릭에 불과하다. 기존 자본주의 시장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끼리 할 수 있다며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려고 하니 결국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사회적 경제조직’라는 개념으로 시행한 사업 중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 사례는 없는가.

“구체적 사례를 들면 저희가 이번에 택시협동조합을 한국 최초로 설립했다. 총 42억을 들여 택시회사를 인수했다. 회사가 부도나서 인수를 한 것인데 막상 가보니 경영악화 때문이 아니더라. 흑자를 내던 기업이었는데 다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부도가 난 것이었다. 인수한 회사를 가보니 택시기사들이 월 평균 150~200만원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임금 노동자로 일하면서 사납금 제도 때문에 많은 돈을 회사에 내왔다.

이를 협동조합으로 만들면 최소 50~70만원 이상의 월급이 더 부과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에 따른 자긍심도 생긴다. 조사해보니 170~180만원을 받을 때는 생활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한다. 생활 설계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220만원을 받으면 그제야 문화생활을 할 수 있거나 한 달에 10~20만원씩이라도 저축을 할 수 있게 된다. 50~70만원은 택시기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협동조합이 유용하다.

사회적 경제조직이든 협동조합이든 유용한 영역이 있다. 노동집약적이면서 특별하게 특허나 기술개발에 민감한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사업이 아닌 분야라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조직이 유용할 수 있다. 양극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나름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협동조합은 나쁜 것이고 사회적 경제는 나쁘다’고 칭해버리면 수많은 택시업자들을 잃을 수밖에 없다. 택시 협동조합을 통해 수익이 많아질 경우에는 더 많은 사람 위해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다.”

- 앞서 사례도 있고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를 대표하는 표현이 ‘1인 1표’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모두가 1인 1표를 가지고 있으며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내가 돈을 조금 더 내거나 내가 더 열심히 하더라도 나보다 더 적게 돈을 내고 덜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똑같이 1표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와 소수가 공존하면서 서로 화합을 통해 운영하는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단체활동이나 노조활동의 시행착오를 거쳐 토대를 구축해놓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일반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다 실패한 경우가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훈련이 돼있지 않아서다. 내가 소수가 되더라도 다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다수는 소수를 핍박하지 않으면서 함께 가야하는 것인데 이러한 훈련이 돼있지 않으면 조직은 쉽게 와해된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조직을 꾸린다 해도 서로 이해관계가 얽힌다면 경제조직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일반적으로 사업이 어려워지면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1인 1표를 가지고 있어 조합원 총회에서 묻기 때문에 해고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게 꼭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이런 식의 여러 장단점을 살펴봐야지 무조건 협동조합이 최고고 자본주의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는 식의 너스레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 그럼에도 협동조합이라는 ‘사회적 경제조직’이 양극화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협동조합은 또 하나의 도구일 수 있다. 선량한 사람이 사용하면 선량한 도구고 나쁜 사람이 사용하면 나쁜 도구가 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구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구체적·현실적·정책적인 아이디어 없이 무지막지하게 국민 세금을 쏟아 부어서 관치를 하겠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합리적인 좌파, 사회적 경제를 일군 전문가들도 관치는 아니라고 강렬하게 비판하고 있고 외국에서도 관치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는데 세금을 걷어 운영하겠다는 요량은 사회 전체를 불안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경제’가 이제 시작이므로 정부가 앞장서야한다는 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회적 경제조직에서 일반협동조합은 배제시키고 사회적 재화와 사회적 서비스를 생산하고자하는 기업들 중심으로 구성하되, 그들 내부에서 자립과 자기책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가 관여해야하는 것이 맞다. 그게 아니라 일반협동조합을 사회적 경제조직에 포함하고 관치 경영을 위해 중앙조직 만들고 전국적으로 지방조직 만들어 개입하려고 하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정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했다고 보는데, 그 과정에서 지적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이 법을 처음 만든 국회의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누리당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회적경제법기본법을 야당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해야 한다’고 하더라.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아젠다를 선점하자는 주장인데 그러나 정당 사업이나 정책도 가장 중요한 것이 시장조사다. 정세 분석이다. 현황이 어떤지 파악하고 그러한 현황 속에서 국민 요구에 맞게 실현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지금 법안은 그 과정이 생략됐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의 다른 정책들도 똑같지 않을까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당정치 실종이라고 할까. 새누리당이 국민을 바탕으로 한 정당정치를 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이 법은 충분한 숙성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통과시키지 말아야한다. 국민도 납득해야하고 법안을 발의한 사람들도 장단점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논쟁,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야당이 한다고 해서 무작정 구색 맞추기 식으로 법을 통과시킨다면 국민들이 겪을 고통이 상당하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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