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유곡 절간의 스님들 마음 뒤흔든 여체의 정체는?
입력 2015.05.23 09:54
수정 2015.05.23 10:01
<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 - 성석기행>고즈넉한 절집 마곡사
천년고찰 공주 마곡사는 심산유곡에 있는 고즈넉한 절집이다. 옛 부터 큰 난리를 피할 수 있는 십승지로 이름난 곳이다. 임진왜란이나 6.25 한국전쟁 때도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 물소리·새소리 그윽한 이곳에 마곡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 절집에 가면 숲의 청량함이 몸을 감싸고, 청아한 목탁소리에 번잡한 마음은 사라져 어느새 극락에 오른 듯 마음까지 평온해진다.
마곡사는 역사적 인물들과도 인연이 깊다. 이곳에 은거하던 매월당 김시습이 세조가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곡사를 떠났다. 세조는 김시습이 나를 버리고 떠났으니 연을 타고 갈 수 없다며 타고 왔던 연을 버리고 소를 타고 떠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세조가 잠시 머물렀던 일화를 증명이라도 하듯 세조의 친필인 ‘영산전’ 편액이 지금도 남아있다. 그리고 절 마당에는 향나무 한그루가 서있는데, 나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김구선생이 해방 후 찾아와 한때 마곡사에 은거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심은 나무다.
마곡사 깊은 골짜기에는 휘귀한 나무가 유별나다. 태화산 숲속에서 내뿜는 피톤치드가 온몸에 스며든다. 피톤치드는 나무들이 공기 중에 발산하는 항생 물질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
숲은 생명이 숨 쉬는 삶의 터전이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기름진 흙은 숲에서 얻어지고 온 생명의 활력과 건강도 숲에서 나온다.
그런데 청정 숲속, 마곡사에 곡선이 아름다운 여체를 빼닮은 여목이 눈길을 끈다. 이 여목은 해탈문 오른쪽 느티나무 기둥에 돌출돼 있는데, 사람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신비의 여체로 보이기도 하고 통통한 근육질로도 보인다. 이는 미적 감각을 가진 사람은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여목의 높이는 1m정도로 보통의 여성 하반신 정도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색조도 봄에서 초가을까지는 흥분된 피부처럼 연한 붉은색을 띠고 있다. 특히 엉덩이와 두 다리의 곡선은 여성의 나신처럼 뒤에서 볼 때가 더 아름답다.
자연속의 여체는 마곡사를 오고가는 스님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속세를 등진 수도자의 마음을 뒤흔들지는 않는지 묘한 생각이 든다.
절에 웬 여근목이 생겨났을까? 하지만 이 여근목은 신앙숭배의 대상이나 민속자료도 아니다. 자연적으로 형상된 나무 기둥일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에게 신비의 대상이 됐다. 조형적인 미와 멋은 여성의 나신(裸身)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숲·사람의 숲, 생태 수도도량 마곡사의 여목은 언제부터 느티나무 기둥에서 자랐는지 알 수 없지만 나이가 어림잡아 3백년 정도는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