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북한의 차이는...이미 개발 끝낸 핵무기에 있다
입력 2015.05.09 11:00
수정 2017.10.16 10:44
<굿소사이어티 칼럼>선제 타격 포함 북 핵 불용 의지 있어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이란과 주요 6개국(영국, 프랑스, 독일의 유럽3개국과 미국, 러시아, 중국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협상이 2015년 4월 3일 잠정타결되었다. 합의안에 따르면 이란은 향후 15년에 걸쳐 우라늄 농축 정도를 3.7%로 유지하고(현재 20%), 재고도 300kg으로 줄이며(현재 1만kg), 1만 9천기 정도의 원심분리기를 5천기 정도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포르도 농축시설은 원심분리기 1000기를 유지하되 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아락 중수로는 플루토늄 생산이 불가능하도록 재설계하면서 추가 중수로는 건설하지 않으며, 의심시설에 대한 IAEA의 접근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이란의 브레이크 타임(핵무기 1기를 위한 무기용 핵물질 생산에 필요한 기간)이 현재의 2~3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의 대가로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만 해제하면 된다.
비록 완벽한 성과는 아니지만, 현재 상태대로 지속되는 것에 비해서는 핵무기의 비확산에 훨씬 유리한 결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은 어디까지나 잠정협의로서 6월 30일까지 최종 합의가 성사되어야 한다. 2013년 11월에도 잠정합의를 하면서 2014년 7월에 협상을 종료하기로 했던 것이 2차례나 연장되어 이번 합의에 이르렀듯이 순탄하게 최종타결로 이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란의 핵 포기는 아직은 절반의 합의에 불과
제재 해제의 일정표나 기존 이란 농축우라늄의 처리 방법과 일정 등 합의가 어려운 것은 미뤄놓은 상태이다. 이미 이란과 미국이 각자 발표한 내용이 다르고, 경제 제재의 해제 시점을 두고 입장 차이가 불거지고 있다. 이란과 미국의 강경파들과 이스라엘은 잘못된 협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는 제재 일변도의 미국 외교정책이 유연성을 발휘하였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로하니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는 등 지도자들의 적극성이 돋보였다. 비밀협상도 마지않으면서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였고, 영국․프랑스․독일의 유럽 3개국이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결과로서 국제사회의 인상적인 성과로 평가받을 것이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결국 어떤 형태로든 최종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과의 합의문이 발표되자 북한에 대해서도 이러한 합의가 가능할까에 대한 기대가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이번 합의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강화시키고, 북한에게도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란과 북한 간에는 차이가 크다고 말하고 있다. 이란과 달리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상태라서 사전에 중단시키는 이란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자 이란 스스로가 먼저 협상을 제의함으로써 비롯된 것인데, 김정일의 유산이며, 법으로까지 명시해둔 핵무기를 북한이 폐기하겠다고 먼저 제의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경제제재로 원유 수출 길이 막힌 이란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지만, 가진 것이 적은 북한은 경제 제재로 잃을 것도 별로 없다. 특히 이번의 합의는 영국․프랑스․독일이라는 헌신적인 중재자가 있었지만, 북한에 관해서는 그러한 국가가 없다.
북한이 이란의 경우와 다른 점에도 유념해야
더욱 근본적인 것은 이란과 북한의 차이가 아니라 핵위협의 대상국인 이스라엘과 한국의 차이라고 판단된다. 중동국가들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결사적으로 반대하였고, 제대로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하겠다는 점을 줄곧 언급하였다.
이미 이스라엘은 1981년에 이라크, 2007년에는 시리아의 핵시설을 파괴시킨 전력이 있고, 공군기의 장거리 비행훈련으로 폭격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하였다. 바람직한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이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것이 위협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협상을 거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동안에 한번도 비핵화를 위하여 필요하다면 어떠한 위험도 무릅쓰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내거나 감행한 적이 없다. 6자회담과 같은 외교적 해결에만 매달렸고, 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화해협력정책이라는 명분 하에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미군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겠다는 사안에 대해서도 중국의 눈치를 보거나 북한을 자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에 나서야만 하도록 하는 위협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선제적 노력에 달려있다
이란과 국제사회의 핵협상 교훈으로서 한국이 논의해야 할 것은 미국이 어떻게 하거나 해야 할 것인가, 또는 북한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유사한 합의안을 도출하고자 한다면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이다.
이제 국민들은 제2차 세계대전 시 처칠이 영국 국민들에게 요구한 것처럼 “피와 땀과 눈물”을 각오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 핵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은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개발하였고, 그것을 탄도미사일에 탑재하여 한국을 공격할 수 있도록 “소형화․경량화”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수시로 “핵 선제타격”을 감행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2020년에는 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제시되고 있다.
국민들은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을 정부와 군대에게 요구해야 한다.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지속해야 하지만, 북한의 핵공격 시에도 방어할 수 있도록 다층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조기에 구축해 나가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 핵무기가 폭발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민방위 조치에 핵폭발의 상황을 포함시켜 훈련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한국도 이스라엘처럼 북한의 핵시설을 사전에 파괴시켜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그를 위한 능력을 구비해야 할 것이고, 이를 북한에게 전달할 필요도 있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 임박했던 2013년 2월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정승조 대장은 “북한의 핵공격이 임박하다는 명백한 징후가 있을 경우” 선제타격을 실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드러나지 않는 한 북한이 핵협상의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
글/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