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도전' 이종현 바라보는 낙관론과 비관론
입력 2015.05.08 09:29
수정 2015.05.08 17:08
6월 NBA 드래프트 참가 “현실성 낮다” 비판
선입견, 한국농구 발전 저해..실패 통해 배워야
이종현이 NBA 도전을 선언, 농구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21·고려대)이 오는 6월 2015 NBA 드래프트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농구계와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하승진(전주 KCC) 이후 역대 두 번째 한국인 NBA 선수의 탄생을 기대하는 여론도 있는가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전체적으로는 후자의 분위기가 조금 더 우세한 편이다.
이종현의 NBA 도전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NBA행 자체가 현실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드래프트 참여가 정말 NBA를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자신의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 아니냐는 시선이다.
한국 선수 중 미국 무대의 문을 노크했던 선수는 하승진·방성윤·최진수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승진은 유일하게 NBA 무대에 진출했지만 밀워키와 포틀랜드 등을 거치며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국내로 유턴했다.
방성윤은 두 차례나 NBA의 하부리그인 NBDL에 진출해 잠시 활약했고, 최진수는 대학농구인 NCAA 무대를 밟았지만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이들은 해외 진출의 부정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실패도 실패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기량을 한창 키워야할 유망주 시절에 허송세월한 것이 장기적으로 그들의 농구인생 전체에 독이 됐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들 모두 한때 한국농구의 미래로 불리던 선수들이었지만 국내 복귀 이후에도 기대만큼 성장한 선수들은 없었다.
방성윤은 부상에 시달리다가 조기 은퇴했고, 최진수도 오리온스를 거쳐 현재 상무에 있지만 특급이 아니다. 그나마 하승진이 성공한 사례로 꼽히지만 잦은 부상 등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렇다면 이종현은 어떨까. 현실적으로 이종현이 NBA 드래프트에 나오더라도 지명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206cm의 이종현은 당장 아시아 무대만 나가도 빅맨으로서의 신체조건이나 기술이 우월한 편은 아니다. 하물며 운동능력이 탁월한 괴물들이 즐비한 NBA라면 말할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NBA행 유무가 아니라 이번 드래프트 참여가 궁극적으로 이종현의 성장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드래프트에 참여하면 서머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서머리그 초대장은 드래프트에 참여한 선수들에게만 주어진다. 국내 무대를 벗어나 자신보다 더 크고 기량이 좋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내 무대에 잔류한다고 해도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 대학무대에서는 이종현보다 더 신체조건이 크거나 기량이 뛰어난 빅맨을 찾기가 어렵다. 농구계에서도 이종현이 대학무대에서 활약한 2년 동안 기량이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오히려 이종현은 프로 선배들과 함께 활약했던 대표팀에서 농구월드컵-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 등을 거치는 동안 기량이 더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종현에게 남은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하나가 KBL에 조기 진출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번 드래프트 참여였다. 그런데 아직 21세에 불과한 데다 아시안게임 병역혜택으로 여유가 있는 이종현으로선 한국프로농구(KBL) 진출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반면 NBA 드래프트와 서머리그는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요 대상이다. 빅맨으로서 한창 기량을 키워야할 시점에 '한국에서만 통하는 농구'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타일의 농구를 체험해보는 것만큼 가치 있는 도전은 없다.
아쉬운 것은 농구계나 일부 팬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이다. 이종현의 성공 유무를 떠나 '해보기도 전에 안 될 것'이라고 미리 선을 긋는 태도다. 한국 농구선수들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이종현처럼 과감한 도전을 하는 선수들이 나오면 '그 실력에 무슨'이라며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축구, 배구, 야구, 핸드볼 등 많은 구기종목에서 해외파들을 배출해왔고 이중에는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월드스타들도 이제 적지 않다. 그러나 유독 농구만은 21세기에도 여전히 내수용으로 그치고 있다.
한국농구의 위상이 낮아진 탓도 있지만, 지금도 필리핀과 대만 등에서 추억의 스타로 인정받고 있는 신동파, 이충희, 허재 등을 제외하면 이제 아시아 무대만 나가도 내세울만한 스타가 사실상 전무하다.
서장훈, 김주성, 양동근 같은 선수들도 오직 한국에서나 전설로 통할뿐, 해외에서는 이런 농구선수가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박찬호나 박지성 같은 선수들이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나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누비는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이야 이들은 한국스포츠의 전설로 추앙받고 있지만, 이들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자국 내 또래 유망주들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실패하더라도 일단 도전이라도 해봐야 성공할지 못할지, 무엇이 통하고 안 통하는지 가늠이라도 할 수 있다. 꼭 이종현이 아니라도 미래에 언젠가 한국인 NBA 선수가 다시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선입견에 갇혀서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제자리 걸음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