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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마저 꺾은 메이웨더, 위대한 복서일까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5.03 15:21
수정 2015.05.03 20:43

4라운드 제외하면 절정의 수비로 우위 점해

도망다니는 수비 스타일, 호불호 극명하게 엇갈려

메이웨더는 자신이 준비해온 전략대로 파퀴아오를 무력화 시켰다. ⓒ 게티이미지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가 졸전 끝에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를 꺾고 세계 최강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메이웨더는 3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파퀴아오와의 WBC, WBO, WBA 웰터급(66.7㎏) 통합 타이틀전에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따냈다.

이로써 프로 데뷔 후 무패 신화를 이어간 메이웨더의 연승행진은 48경기(26KO)로 늘어났고, 파퀴아오는 통산 6패째(57승)를 당했다. 메이웨더는 오는 9월 록키 마르시아노의 49연승에 도전할 전망이다.

전형적인 인파이터와 아웃복서,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스피드를 가진 두 선수의 맞대결이었다. 그리고 승자는 ‘뚫리지 않는 방패’ 메이웨더였다.

치밀하게 전략을 준비한 메이웨더였다. 이날 메이웨더는 파퀴아오의 주 무기인 레프트 훅을 봉쇄하기 위해 전매특허와도 같은 ‘숄더 롤’(어깨로 상대의 펀치를 방어하거나 흘려버린 후 카운터를 노리는 기술)을 버리고 가드를 바짝 끌어올렸다.

여기에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예상과 다르게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고, 이로 인해 파퀴아오 역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부심 3명 모두는 1라운드 승자로 메이웨더의 손을 들어줬다.

메이웨더는 가장 조심해야 했던 1라운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자 이후부터는 입신의 경기에 오른 수비로 파퀴아오의 펀치를 요리조리 피해나갔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4라운드 중반, 안면에 펀치를 제대로 허용한 메이웨더는 깜짝 놀란 듯 링에 기대 가드를 올려 회복할 시간을 벌기도 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경기 중후반을 승부처로 택한 파퀴아오의 지나친 신중함이었다. 왼손잡이인 파퀴아오는 그동안 치렀던 경기서 레프트 훅에 이은 라이트 잽으로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하지만 메이웨더의 전광석화와 같은 반격을 의식한 나머지 오른손 잽을 먼저 뻗는 정통 스타일을 고집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상대의 빠른 발을 살려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4라운드에서 결정적 카운터를 꽂아 넣었음에도 계속해서 메이웨더를 몰아붙이지 못한 장면이 가장 아쉬웠다. 이는 지난 2012년 마르케스와의 4차전에서 공격에 집중하다 카운터 펀치를 맞고 실신 KO패한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메이웨더는 대부분의 라운드에서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강력한 펀치는 없었지만 상대 공격 후 생긴 빈틈을 노려 안면에 잽을 꽂아 넣는 자신만의 방식이 다시 한 번 통했고, 관중들의 야유에도 아랑곳없이 링 사이드에 올라서 포효했다.

메이웨더는 반사신경과 스피드는 그야말로 곤충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능력을 공격이 아닌 수비에 치중한 그는 복싱 역사상 가장 완벽한 방패로 거듭났고, 저돌적인 파퀴아오의 펀치마저 막아내며 신화를 이어갔다.

화끈한 파이팅이 아닌 얄밉기까지 한 메이웨더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다. 그리고 전 세계 대부분의 복싱팬들은 대척점에 서있는 파퀴아오야 말로 메이웨더를 격파할 적임자로 여겼다. 하지만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의 발을 잡지 못하며 무릎 꿇고 말았다.

메이웨더는 복싱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임에 분명하다. 48전 전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복서인지는 지켜봐야할 문제다. 메이웨더는 “나는 무하마드 알리보다 뛰어나다”고 말했지만 그의 경기력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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