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2등´ <열아홉순정>의 힘은?
입력 2006.11.29 18:53
수정
다른 프로그램들을 저만치 제치고 2등의 자리에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은 다름 아닌 KBS 1TV 인기 일일드라마 <열아홉순정>(정성효, 황인혁 연출).
국제결혼을 위해 서울에 온 연변처녀 국화는 신랑의 죽음을 알게 된다. 이후, 고생스럽지만 낙천적인 성격과 강단으로 진정한 사랑과 가족을 만들어가게 된다는 내용.
연변 사투리를 능청스럽게 구사하는 구혜선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의 수는 놀랍다. 11월28일 시청률은 40.2%(TNS 집계결과, 전국시청률 기준).
꾸준히 30%후반을 유지하다가 이제 40%를 넘나드는 수치는 단순히 괜찮다는 것을 넘어, 시청자들이 동의할만한 뭔가를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드라마 자체를 보면, 무엇보다 잘 만들었다. 9시 뉴스를 기다리며 드라마를 보는 가족들의 모습은 떠올리기 어렵지 않다. 늦은 저녁식사를 준비하거나, 식사를 하면서, 혹은 함께 과일을 썰어 먹으면서 둘러앉아 보곤 한다. 한쪽으로 치우쳤거나 누군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전개된다면 이들이 함께 보기는 어렵다.
<열아홉순정>은 전체적인 배경을 대가족으로 잡았다. 다양한 계층을 배치한 구조는 그만큼의 폭넓은 에피소드를 가능하게 했다. 다양한 가족사와 연령대별로 펼쳐지는 입체적 사건들은 저녁시간 TV앞에 둘러앉은 가족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족이 된 것.
국화라는 인물의 설정 또한 좋다. 무엇보다, 그녀는 단순한 캔디가 아니다. 요즘은 캔디의 삶을 살지만 강단도 있고 할말은 하는 캐릭터가 뜬다. 어려움을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하며, 자기주장은 할 줄 아는 인물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화는 귀엽고 톡톡 튀지만 성실하고 생활력도 강한, 이상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그리고 북적이고 탈도 많은 대가족 구조와 뻔한 살림살이가 보여주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요즘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렵고 힘들어질 때면 아름다웠던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마치 글래디에이터에서 죽어가며 가족을 떠올리는 막시무스처럼, 경제가 안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복고를 희구하게 되는 것이다.
분명, 이 드라마의 타겟은 중장년층이다. 그들이 살아온 과거는 지금의 가족구조와 다르다. 엄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계시고, 따스한 어머니, 집에서 빈둥거리는 삼촌, 누나, 동생, 등이 있는 가족인 것이다.
명절에 내려가도 예전 같지 않은 고향대신, 그들은 매일 그들의 과거와 재회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젊은층이 받아들일만한 에피소드가 양념으로 추가되어 다양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9시 뉴스 바로전의 드라마는 MBC와 KBS1의 치열한 전쟁터이다. 프로그램 자체의 정면대결 성격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다가 그 채널을 그대로 두고, 이는 대표프로그램인 9시뉴스의 시청률과 직결되기 때문에, 방송사는 보기보다 엄청난 공을 들인다.
물론, 나름의 이유로 ´KBS뉴스9´의 고정팬인 시청자들이 많기 때문에 ´굳세어라 금순이´시절에도 ´뉴스데스크´는 ´KBS뉴스9´를 앞서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드라마에서 뉴스로 이어지는 시청률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기획단계에서부터 가족층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치밀하게 노력한다.
´열아홉순정´의 승승장구는 분명 ´KBS뉴스9´의 시청층 확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얼마 전 단행한 개편에서 MBC는 ´얼마나좋길래´를 앞으로 조금 당기는 등의 전략을 취했다. 효과는 있었지만,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전략을 떠나, 경이로운 시청률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나온다고 해도 우리 가슴속에는 아직 옛 가족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다음세대가 기억할 가족은 아파트 안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살아가던 핵가족일 것이고, 그때가 되면 그들을 사로잡을 이야기는 지금과 분명 다를 것이다.
아직까지 대가족구조와 북적이는 삶에 향수를 느낀다는 것은 우리가 그 구조의 마지막세대이기도 하고, 그만큼 우리삶이 부대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데일리안 문화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