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팽목항 위령제 "미안해, 사랑해" 오열
입력 2015.04.15 18:33
수정 2015.04.15 18:39
15일 진도 팽목항 '팽목항 사고해역 인양촉구 위령제' 열려
4·16 세월호피해자가족협의회가 15일 진도 팽목항에서 위령제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하지 않으면 안산에서 예정된 추모식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진도 팽목항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세월호 참사 1년 팽목항 사고해역 인양촉구 위령제’가 약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1주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위령제인 만큼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비교적 차분하고 간결하게 치러졌다.
가장 먼저 전명선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추도사를 낭독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 대신 본인을 2학년 7반 31번 전찬호 아빠라고 소개했다.
그는 “추모할 수 없는 자리에서 추모하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무겁다”며 “보고 싶은 찬호야”, “사랑하는 찬호야”, “미안하다 찬호야”라고 가슴 속에 묻은 아들의 이름을 연신 외쳤다.
이어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똑같은 나날들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라며 “아버지로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그 어떤 고통과 두려움도 이겨내야만 진정한 부모가 되는 것이라고 느끼고 행동하고 있다. 우리의 귀중한 가족을 지키는 것이 바로 우리 모든 국민을 지키는 것임을 또한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이어진 풍물패의 공연이 끝난 뒤 마이크를 잡은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안산으로 돌아가서 대통령의 답을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진상규명 특별법 대통령령 즉각 폐기와 온전한 세월호 선체인양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을 선언하고 약속해주시기를 기다리겠다”면서 “추모식이 예정된 16일 오후 2시까지 그 답을 주시지 않으면 저희는 추모식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령제에 앞서 이날 오전 일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해역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전 7시 40분경 팽목항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저마다 준비한 국화꽃과 편지를 들고 곧바로 팽목항에 정박한 배에 올랐다. 왼쪽 가슴에 리본이 그려진 노란색 점퍼를 입은 채였다.
가족들이 탄 배는 약 2시간여를 달려 가라앉은 세월호의 위치를 보여주는 부표 앞에 도착했다. 배가 멈춰서자 유가족들은 다함께 묵념한 뒤 실종자 9명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이후 준비해 온 국화꽃과 편지를 바다에 던졌다. ‘미안해’, ‘사랑해’라는 울음 섞인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몇몇 유가족들은 멀리 보이는 세월호 부표를 향해 손을 뻗으며 오열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기도 했다. 사고해역에 멈춰선 배는 30여분 뒤 다시 팽목항으로 출발, 당초 위령제가 예정됐던 오후 1시쯤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