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장기전세 시프트 특별공급 '검은 유혹' 횡행
입력 2015.04.07 15:48
수정 2015.04.07 16:02
도시계획 철거민 '특별공급입주권' 현혹...브로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사기 거래, 자격박탈 피해 우려에도 서울시·SH공사 단속 권한 없어 사실상 속수무책
7일 SH공사 장기전세주택, shift(시프트) 철거민 특별공급 분의 매매거래를 알선하는 내용의 광고글이 네이버에 버젓이 게재되고 있다.ⓒ데일리안 박민 기자
서울시 SH공사의 장기전세아파트, Shift(시프트) 특별공급 제도를 악용한 부정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도시계획사업에 따라 강제 철거를 당한 가옥 소유주의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지만 이를 악용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것.
하지만 단속은 거래 개인간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이 때문에 특별공급제도가 애초 취지와 달리 정작 지원받아야 할 대상은 제외되고 브로커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함께 자칫 사기거래를 당하거나 적발시 특별공급자격을 박탈당해 금전적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시프트는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가격에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으로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공급해 오고 있다. 특히 국민임대주택을 장기전세주택으로 전환해 공급한 주택의 경우 주변 아파트 전세시세의 50~60% 수준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 보니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입주 자격은 무척 까다롭다. 일반공급의 경우 일정 기준 이하의 소득 및 자산보유 조건에 해당해야 신청할 수 있고, 이마저도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해 세대주 나이, 서울시 거주기간 등의 가점제까지 적용돼 로또 주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반면 도시계획 철거민을 대상으로 한 시프트 특별공급분은 별다른 자격 조건이 없다. '서울시 철거민 등에 대한 국민주택 특별공급 규칙'을 보면 서울시 도시계획사업에 의해 공원이나 주차장, 어린이집 등의 조성을 위해 철거되는 주택이나 건물의 소유주에게는 소득 및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특별공급 입주권이 주어진다.
부정거래는 바로 이같은 점을 악용한 것이다. 방식은 이렇다. 우선 브로커들은 철거가 예정된 주택을 미리 산 후 시프트 입주를 원하는 무주택자에게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되판다. 과거 단순하게 입주권을 파는 것과 달리 철거 예정 주택을 실제 본인 이름으로 매입해 등기등록을 마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없이 특별공급 신청 자격을 얻는 것이다.
한 브로커는 “보통 철거 예정가구가 2억~3억원 하는데 월세나 전세를 끼고 있는 집이 많아 실투자금은 1억~1억5000만원으로 보면 된다”며 “철거 시 나올 보상비가 주택가액의 70~80%로 매입가와 보상비가 3000~4000만원 정도의 차이가 나는데 이를 프리미엄을 주고 산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프트 일반공급분은 2년에 한번씩 소득 및 자산 조사를 통해 기준을 넘게 되면 퇴거 조치를 당하는 반면, 특별공급분은 이와 상관없이 최대 20년을 거주할 수 있다”며 솔깃한 말로 유혹했다.
과거에는 도시계획사업 '주민열람 공고' 다음 단계인 사업시행인가 전의 대상을 철거민으로 인정해 특별공급 입주권을 줬으나 이 과정에서 불법·편법 거래가 발생해 지난 2012년 8월 서울시는 시프트 특별공급 규칙을 바꿔 특별공급 대상자격 인정 시기를 ‘주민열람 공고일 현재’로 바꿨다.
이 때문에 브로커들은 주민열람 공고일 이전에 철거 예정 가옥을 매매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 하지만 주민열람 공고일 이전에 매입하는 만큼 사업 시행 자체를 알 수가 없어 입주 자체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구청 관계자는 “일부 구획이 도시계획사업지로 예정되도 10년 넘게 진행되지 않아 장기미집행으로 해제되는 경우가 있다”며 “한번 지정됐다고 해서 반드시 추진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정거래한 정황이 포착될 시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어 재산상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거예정 가옥주에게 특별공급 입주권을 주는 것은 주거 안정을 위한 차원인 만큼 이를 악의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주택공급 교란행위로 보고 처벌 대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부정거래 규모 마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 인터넷 상에 철거민 특별공급분 거래 상담을 한다는 광고글이 버젓이 게시돼 있지만 이를 적발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개인간 거래가 대부분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증거 자료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SH 공사 역시 특별공급 입주자에 대한 자산 및 소득 규모를 조사하지 않아 얼만큼 악용되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올해 SH공사가 공급할 예정인 시프트 물량은 강남구 대치동·역삼동, 서초구 반포동, 양천구 목동 등지에서 총 1703세대다. 이 가운데 122세대가 철거민 특별공급 물량으로 잡혀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엄격한 입주 자격 기준을 마련하고 단속 권한을 강화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