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으르렁' 컴백 호랑이들, 잠자던 KIA 깨우다
입력 2015.03.29 09:13
수정 2015.03.29 09:19
‘양현종 무실점’ 개막전서 LG 상대 3-1 깔끔한 승리
윤석민-최희섭 복귀 성공적..센터라인 대안 찾아
KIA 타이거즈가 적지 않은 전력 누수에도 불구하고 김기태 감독의 지휘 아래 조금 더 강해졌다.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간 자리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컴백 호랑이'와 차세대 에이스를 꿈꾸는 '아기 호랑이'들이 있었다.
KIA는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선발투수 양현종의 6이닝 무실점 호투, 그리고 7회말 이범호의 선제 솔로 홈런을 신호탄으로 대거 3득점하며 3-1로 이겼다.
이날 양현종은 0-0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임준섭에게 물려줘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이날 경기에서 투수 부문 수훈 선수로 뽑혔다. 선제 솔로홈런으로 결승타점을 올린 이범호는 타자 부문 수훈 선수에 올랐다.
그러나 KIA에는 이들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많았다. 다만 이들의 화려함에 다소 가려져 있었을 뿐 2만 2000석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의 환호를 듬뿍 받았다.
윤석민이 광주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복귀 후 첫 세이브에 성공했다. ⓒ 연합뉴스
컴백 호랑이, 광주 팬들 들썩이게 하다
이날 경기 최고의 관심 선수는 단연 윤석민(29)이었다.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이적, 청운의 꿈을 꿨지만 MLB 마운드를 밟아보지 못한 채 친정팀으로 되돌아왔다.
이날 김기태 감독이 '90억원의 사나이' 윤석민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광주 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대 최고 금액 투수를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쓴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윤석민이 마무리로 나오자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환호의 도가니가 됐다. 윤석민의 등판은 2013년 10월 4일 광주 넥센전 이후 540일 만이었다.
8회말 2사후에 나온 윤석민이 첫 타자 정성훈에게 우익수 깊숙한 3루타를 맞자 비난은 윤석민이 아닌 우익수 이호신이 들어야 했다. 이호신이 무리하게 잡으려다가 놓치는 바람에 3루타를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이후 박용택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 1실점하긴 했지만 최승준을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치자 팬들의 환호성은 떠나갈 듯 했다. 윤석민은 9회초 수비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2013년 9월 17일 대전 한화전 이후 557일 만에 세이브를 챙겼다.
윤석민은 "긴장도 많이 됐고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며 "최근 몇 년간 KIA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며 "내가 마무리로 가서 중간 계투가 강해진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팬들이 조금이라도 마지막에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빅초이, 589일 만에 안타 ‘중심 타선 강화’
마운드에 윤석민이 있었다면 타석에는 최희섭(36)이 있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치료와 재활에만 전념했던 최희섭은 이날 5번 지명타자로 나섰다. 2013년 8월 22일 대전 한화전 이후 583일 만의 정규경기 출전이었다. 최희섭이 타석에 들어서자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는 '빅초이'를 외치며 그를 응원했다.
모처럼 광주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탓인지 최희섭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다. 2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우전 안타를 쳐냈다. 2013년 8월 16일 광주 두산전 이후 589일 만에 생산한 안타였다. 또 2개의 볼넷도 얻어내면서 4타석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그나마 안타를 치지 못했던 것도 타구 질 자체는 뛰어났다.
6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LG 선발투수 헨리 소사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 우익수 쪽으로 날아갔다. 순간 광주 팬들은 안타성 타구로 알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우익수 정면으로 잡히고 말았다. 최희섭의 타구가 조금 더 뻗어갔더라면 이날 결승타점은 최희섭이 올릴 뻔 했다.
5번 타순에 최희섭이 배치되면서 KIA의 중심 타선도 브렛 필-나지완-최희섭에 이범호까지 훨씬 뎁스가 두꺼워졌다. 최희섭이 없을 때는 이범호가 5번 타순에 기용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범호가 중심 타선이나 다름없는 6번 타자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김기태 감독은 "사실 최희섭을 4번 타순에 올릴까도 생각했지만 오래간만에 출전이라 5번으로 하나 내렸는데 오히려 부담이 덜해 좋은 타격감이 나온 것 같다"며 "앞으로 최희섭의 컨디션이나 타격감을 지켜보면서 타순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장 호랑이와 아기 호랑이, 센터라인 공백 메우다
KIA의 올 시즌 고민 가운데 하나는 바로 센터라인의 공백이다. 2루수 안치홍(25)과 유격수 김선빈(26)은 동시에 입대하며 키스톤 콤비 둘이 동시에 빠져나갔다. 또 중견수 이대형(32)은 보호선수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신생팀 케이티로 이적했다. 안치홍과 이대형은 지난 시즌 3할대 타율을 보여줬고 김선빈 역시 0.290의 타율에 뛰어난 수비 감각을 보여준 선수였다.
센터라인 삼총사가 동시에 빠져나가면서 KIA는 우승후보는커녕 중위권에도 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LG와 개막전 결과만 놓고 본다면 센터라인의 공백은 없어 보인다. 2008년 KIA에 입단하고서도 단 한 차례도 주전을 꿰차지 못했던 최용규(30)와 함께 '아기 호랑이' 강한울(24), 한동안 주전에서 밀려났던 김원섭(37)이 메웠기 때문이다.
최용규는 2010년 KIA에서 22경기에 출전한 뒤 무려 5년 만에 정규경기에 출전했다. 원광대 재학 시절 2007년 대학리그 타격왕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오랜 기간 무명의 생활을 거쳤다. 2010년까지 KIA에서 뛴 뒤 어깨 수술과 재활을 하면서 보냈고 상무에서 탈락해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해 6월 전역하고 KIA 선수단에 합류했다.
개막전을 치른 최용규는 7회말 이범호의 선제 솔로홈런과 김원섭의 중전 안타로 팀이 1-0으로 앞서던 무사 1루 상황에서 바뀐 투수 유원상의 2구째를 받아쳐 우중간으로 깊숙이 빠지는 3루타를 터뜨리며 쐐기타점을 올렸다. 또 김주찬의 희생플라이 때 홈까지 밟아 득점까지 올렸다.
아기 호랑이 강한울도 김선빈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강한울은 1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박용택의 타구를 라인 드라이브로 잡아내며 LG의 공격을 끊었고 2루수 최용규와 함께 완벽한 키스톤 플레이로 더블 플레이를 엮어내기도 했다. 비록 안타를 치진 못했지만 전력 질주하며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허슬 플레이도 함께 보여줬다.
김원섭 역시 2회초 LG의 공격 때 최경철의 안타로 홈으로 쇄도하던 2루 주자 정의윤을 빨랫줄 같은 송구로 잡아내 팀의 선제 실점을 막았다. 김원섭은 최용규의 3루타 직전 안타를 치고 나가 헨리 소사를 강판시키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