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의 반격과 한국 영화의 '실종'
입력 2015.03.25 10:53
수정 2015.03.25 11:10
입소문 타고 박스오피스 역주행…주말 1위 등극
'살인의뢰'·'헬머니'·'소셜포비아' 순위 하락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영화 '위플래쉬'가 흥행몰이 중이다. 12일 개봉한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지난 주말 대반격에 성공, 박스 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일 개봉한 '위플래쉬'는 전날 관객 4만434명을 동원해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90만6566명.
영화는 천재 드러머를 꿈꾸는 음대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와 그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폭군 플렛처 교수(J.K.시몬스)의 대결을 그린다. 감독이 음악 전문 고등학교 재즈 오케스트라에서 느꼈던 두려움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촬영 기간은 단 19일.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음향상, 편집상 등 3관왕을 휩쓴 수작이다. 아카데미 수상작은 국내 극장가에서 실패한다는 속설을 깼다. 특히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버드맨'의 성적(17만명)을 크게 넘은 수치라 눈길을 끈다.
영화의 흥행 요인은 음악이다. 광기와 집착으로 점철된 앤드류가 두드리는 드럼 소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심장이 '쿵쿵'거리는 긴장감을 맛볼 수 있다. 손이 피범벅이 될 정도로 드럼을 치고, 땀 방울과 핏방울이 드럼 위에 뚝뚝 떨어지는 걸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된다.

마지막 엔딩에서 앤드류가 마침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장면에선 넋을 잃을 정도. 앤드류를 연기한 마일스 테일러는 대역 없이 직접 연주했다. 6살 때 피아노를, 15살 때 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한 그는 영화를 위해 일주일에 3일, 하루 4시간씩 드럼 연습에 매진했다.
앤드류와 플렛처 교수가 그리는 갈등 역시 최대의 몰입감을 맛보게 한다. 조용히 있다가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이 거듭되면서 나오는 팽팽한 긴장감이 관객들을 조여온다. 음악 영화라기보다 스릴러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신예 감독 다미엔 차젤레의 신들린 연출력 덕분이다.
영화 홍보사 올댓시네마 측은 "'위플래쉬'는 평단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라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영화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관람률도 높다"며 "젊은 관객들은 물론 중장년 관객층까지 영화가 보여준 열정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와 심장을 울린 드럼 비트에 열광하고 있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위플래쉬'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는 장기 흥행 중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다. 같은 기간 3만8236명을 추가해 누적 관객수 541만2512명을 기록했다. 디즈니 실사 영화 '신데렐라'는 관객 2만3130명을 동원해 3위에 올랐다. 4위는 1만8395명을 모은 리암 니슨의 '런 올 나이트'다.
외화가 박스 오피스 상위권을 휩쓴 사이 한국 영화는 화제성과 흥행면에서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상경 김성균 주연의 '살인의뢰'는 1만4674명을 모아 5위를 나타냈고 김수미 주연의 '헬머니'는 5613명을, 변요한 주연의 '소셜포비아'는 3620명을 모아 7위와 8위를 각각 올랐다.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 주연의 '스물'이 실시간 예매율 39.7%(오전 10시 50분기준)를 기록해 흥행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 영화 외에 다른 한국 영화는 순위권에서 실종됐다. 극심한 침체기를 걷고 있는 한국 영화에 따뜻한 봄은 언제쯤 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