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만재도가 안녕하냐고? 해산물은 거저 나오나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5.03.23 10:31
수정 2015.03.23 10:37

<김헌식의 문화 꼬기>지역 보전 위해 '삼시세끼'의 AS가 절실하다

tvN '삼시세끼-어촌 편' 방송화면 캡처

만재도는 ‘삼시 세끼’ 때문에 매우 유명해졌다. 이렇게 유명해지니 많은 이들은 만재도를 염려한다. 만재도에 사람들이 많이 오면 훼손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이를 보면 참 의식이 높아진 것 같다. 만재도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고기를 많이 잡기라도 하면 어족 자원이 고갈될 것으로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어족 자원이 고갈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일까.

텔레비전에 노출되는 자연 공간은 대개 희소성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상품이 된다. 희소성이란 잘 알려지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주목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갖는 가치를 말한다. 알려지지 않기만 해서는 가치를 갖기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호할만 한 대중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대중성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관심을 가질만한 어떤 점이 있어야 함을 뜻한다. 물론 이런 점이 있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거나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 많이 노출된 곳이라면 이미 상품성이 없다. 더 이상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늘 방송이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두어야 시청률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눈길을 주는 이유는 단지 시각적인 자극만이 아니라 그안에 남들과 차별화되기를 원하는 존재론적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남들이 알지 못하거나 접하지 못한 곳을 가고 싶어한다. 누구에게나 항상 새로운 이벤트의 공간을 원하는 심리가 존재한다. 일상에서 항상 다른 이들이 알고 있는 공간과 다른 콘텐츠가 필요할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

자연공간의 처지에서는 사람들이 적게 오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런데 자연공간은 대개 지역주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자연 공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경우가 자주 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주민의 소득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것은 처음부터 사람들이 주민들의 삶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바다에 대한 관심도 없다. 아니 해산물이 풍부한 천혜의 바다를 바란다. 왜 그럴까.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바다는 이제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는다. 이미 바다에 해산물이 존재하도록 어떠한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한 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이다. 언제나 그곳애 가면 자신들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하려 한다. 그래서 해산물에 대한 태도는 착취적인 경우가 많다. 그냥 자연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별다른 노력없이도 자신들의 힘으로 채취나 수렵이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매스 미디어가 바다를 다루는 방식 때문에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텔레비전과 같은 대중 미디어를 보면, 바다에는 항상 물고기가 풍부한 것으로 생각된다.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바다 환경을 위해 국가적으로나 지역 주민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공짜는 없다.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해산물은 바다 환경을 보존하고 지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해마다 큰 돈을 들여 많은 치어들을 항상 방류하고 있기도 하다. 그 치어들이 자라서 어부들이나 낚시꾼들이 잡는 물고기들이 된다. 보통 상태에서는 치어들 조차 어획이 대상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점들은 간과한다. 자연에서 그냥 그대로 해산물이 나고 자라는 것처럼 보여준다. 도시의 사람들이 언제든지 가서 물고기를 잡기만 하면 될듯 싶다. '삼시 세끼'의 주인공들도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할 뿐 바다 환경을 위해서 하는 일은 없다. 그야말로 바다에서 그냥 수렵을 했을 뿐이다. 당연히 이러한 행위를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것에만 그친다. 물고기를 잡은만큼 그것에 상응해서 자연에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도시인들에게  바다 어디인가에는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상대적으로 해산물이 풍부한 곳은 보존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삼시 세끼'같은 프로그램에는 이런 곳이 나오면 안된다.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 주민들을 위해 더 좋다. 어차피 관광객들이 섬에 와도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지역 주민의 생계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즐거운 일을 많이 경험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만재도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가 안오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다를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것이 '삼시 세끼'같은 프로그램이 이후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만재도는 당연히 텔레비전에 나오는 순간 망가진다. 지역 주민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그렇다면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 해야할 플랜을 짜야 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