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혼란 '9시 등교' 일찍 등교한 학생들 "어쩌라구요"
입력 2015.03.18 10:50
수정 2015.03.18 11:01
일부 초교, 조기등교 학생 위한 아침 프로그램 미비
학부모 "학교도 문제지만 교육청도 사전 모니터링 했어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올해 신학기부터 관내 초등학교 447개교(74.7%)가 등교시간을 8시 50분에서 9시로 조정해 실시한다고 밝힌 가운데, 9시 등교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일부 학교에서 조기등교학생에 대한 대책을 뒤늦게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데일리안’의 확인 결과, 서울의 G 초등학교는 지난 11일 9시 등교가 시행된 지 열흘이 지나고서 나서야 부랴부랴 조기 등교 학생 조사에 나섰다.
G 초등학교는 서울교육청이 지난 2월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첨부된 ‘초등학교 등교시간 조정(9시 등교) 현황’에 포함돼있다. 이미 지난달에 이번 학기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하겠다는 의사를 교육청 측에 전달한 것이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등교 시간 조정(9시 등교)이 시행되는 초등학교의 경우 선생님들은 예전처럼 8시 40분까지 출근하여 교실에서 학생들을 맞이하고, 아침 돌봄 프로그램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맞벌이 부모들은 가정의 사정에 따라 시간을 결정해 아이들을 등교시키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맞벌이 사정상 아이를 일찍 등교시켜야 하는 학부모들이 9시 등교에 불만을 표할 것을 우려해 아침 돌봄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본래 돌봄 교실은 상대적으로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한부모·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안전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 부모가 자녀 걱정 없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각 지역 주민자치센터에서 발급 가능한 저소득증명서 △한부모 가정의 경우 주민등록등본 △맞벌이 가정의 경우 부모의 재직증명서 각각 학교에 제출해야 했다.
서울교육청은 그러나 이번 학기부터 9시 등교를 시행키로 하면서 저소득층, 한부모, 맞벌이 가정 자녀 중 돌봄교실을 신청한 학생 외에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기에 등교하는 학생들에게까지 각 학교별 아침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1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순수한 돌봄 교실 이외에도 조기등교 아이들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도록 하고 있다”며 “신학기 시작 전인 2월에 이미 개별 학교에 9시 등교에 대비, 여건에 따라 도서실이나 체육관을 개방하는 등 아침 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하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G 초등학교는 9시 등교가 시행된 후에야 뒤늦게 ‘조기 등교 학생 조사’라는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에 내려 보내 이른 시간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파악하는 한편, 이들을 위한 아침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여전히’ 수립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해당 초등학교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8시 10분 이전에 등교하는 아이들 비율이 아주 미미하다”며 “프로그램 운영은 아무래도 예산이 수반되는 것이라 아이들 숫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 몇 가지 안을 두고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의 설명대로라면 이미 조기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한 아침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야 하지만 G 초등학교의 경우 8시 10분 이전 조기 등교 학생들에 대한 제대로 된 아침 프로그램조차 운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신학기 시작에 앞서 학교 측이 조기등교 학생에 대한 수요 조사를 완료하지 못한 데 더해 신학기 시작 후에도 조기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1교시가 시작하는 9시까지 그대로 방치해 둔 것이다.
때문에 실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된 대책 마련 없이 9시 등교를 성급하게 시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새어나오고 있다. 아울러 교육청에 대해서도 ‘학교별 아침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모니터링을 사전에 실시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는 “맞벌이 부부가 걱정 없이 아침 프로그램을 운영할 거라고 큰소리치더니 결국 우려한대로 일찍 학교에 간 아이들을 혼자 방치한 셈 아니냐”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9시 등교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게 교육청인데 모든 사안을 일선 학교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도 문제”라며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교육청 측은 “학교별로 어떤 아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지역 교육지원청에 협조를 부탁해 조사할 계획”이라며 아침 프로그램 미비 학교에 대해 “개선사항을 요구하고, 예산에 따라서 충분히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9시 등교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조기등교 학생들을 위한 아침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개별 학교는 물론, 9시 등교 시행 여부만 조사한 채 신학기 시작 전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제 때 모니터링하지 않은 교육청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