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도 정무특보였다지만...삼권분립 지키려면...
입력 2015.03.11 10:49
수정 2015.03.11 10:55
현역 의원 청와대 정무특보 임명 '국회법' 위배 논란
특히 현역 의원의 정무특보 위촉을 놓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야권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필두로 국회의원과 정무특보 중 양자택일을 촉구하고 있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대통령 정무특보가 의원 겸직금지 예외 사유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심사를 의뢰했다.
새누리당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역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국회법으로 허용되고 있고, 대통령 정무특보 위촉 역시 참여정부 때 전례가 있다는 논리이다.
실제 국회법 제29조는 국회의원이 겸직 가능한 직으로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공익 목적의 명예직, 다른 법률에서 의원이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 정당법에 따른 정당의 직을 규정하고 있다. 또 이해찬 새정치연합 의원은 2006년 10월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정무특보로 위촉됐다.
"정부 통제기능 약해서 의회 권한 약화할 수도"
먼저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헌법과 국회법에서 허용되고 있지만, 1990년대부터 위헌 논란이 있어왔다. 의원 겸직을 비판하고 있는 야권에서도 현역 정치인 중 이해찬 의원과 한명숙 새정치연합 의원, 천정배 전 의원이 참여정부 시절 각각 국회의원 신분으로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을 지냈었다.
한 의원의 경우 초대 여성부 장관에 오르면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바 있지만, 이때에는 비례대표라는 특수성이 존재했다.
특히 2013년 11월에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이 지역 유권자의 투표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위헌심판청구가 제기됐다. 당시 재판부는 “청구인은 국회법 조항(제29조 1항)과 간접적·사실적으로만 관련돼 있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청구인에 대한 자기관련성이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다만 이 판례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으로 특정 유권자의 투표권이 침해됐다고 본 수 없다는 판단으로,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따른 합헌 결정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향후에도 비슷한 유형의 위헌 시비가 발생할 여지가 남아있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원의 의원 겸직은 행정의 합리성과 헌법상 권력분립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강황성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9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지역구가 됐든 비례대표가 됐든 국회의원은 대부분 각 정당과 지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정부 정책을 주관하게 되면 정부 정책의 합리성, 그리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객관성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교수는 이어 “정부 정책은 불편부당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여당 국회의원들은 정부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지 않느냐”며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 정책이랄지, 정당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면 정책을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에 있어서 정치적, 정파적 이해관계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친박과 비박, 진보와 보수 등 정당보단 정파적 이해관계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의회의 역할이다.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입법부의 기능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회가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내각제에서는 의원의 장관 겸직이 정상적인 일이다.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는 엄격한 삼권분립이 강조되다보니 입법부와 행정부가 뒤섞이는 게 차단된다”며 “우린 대통령제이면서 내각제적 요소가 일부 가미돼 장관 겸직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이는 두 측면이 있는데, 먼저 정부와 의회, 국회와 행정부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인적 교류와 더불어 여러 형태의 소통이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국회가 정부의 눈치를 보고 끌려가는, 정부를 통제하는 기능이 약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 정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장 교수는 “예외적으로 한두 명이 아니라 국회의원 9명이라고 한다면 제3당의 국회의원보다 많은 숫자”라며 “그 의원들은 의원의 역할보단 정부 활동에 조금 더 비중을 두게 될 거고, 국회의 역할도 그만큼 축소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론 순수한 의원의 활동보다 정부의 역할을 선호하는, ‘나도 장관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문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편을 들어주게 되고, 또 이게 하나의 모델이 되면 이런 활동을 원하는 의원들이 늘어나 의회의 권한이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도 “우선은 수적으로 너무 많아서 탈이다. 마치 대통령제인지 내각제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꼬집었다.
현행법 위법 논란 정무특보, 여당 내에서도 우려
정부특보는 현행법 저촉이라는 보다 난감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대통령 정무특보가 국회법상 ‘공익 목적의 명예직’이라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보좌역을 공익 목적의 명예직으로 볼 수 있느냐는 부분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국회법상 의원의 겸직 요건은 2013년 개정을 거치면서 대폭 강화됐다. 종전까지는 겸직 불가 항목들을 명시하고 이를 제외한 모든 직책을 겸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개정 국회법은 겸직 가능한 직책을 4개 유형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제외한 모든 직책을 겸직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실제 정 의장은 지난해 11월 3일 개정된 국회법 조항을 적용,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를 바탕으로 확정한 의원들의 겸직 내용과 겸직 가능 여부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겸직 불가 통보를 받은 의원들은 ‘비공익적 목적의 명예직’을 비롯한 대부분의 외부 직책을 사임했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현역 의원의 정무특보 겸직이 현행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사 출신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불교방송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내가 법조인의 생각으로는 저기(국회법)에서 말하는 ‘명예직’이라고 하는 것은 예컨대, 무보수도 무보수이지만 자선단체 임원을 맡는다든지, 또 비정치적인, 비영리적인 이런 직함을 말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 이 부분은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이 정부특보 겸직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이해찬 의원의 정무특보 경력도 그때와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회법 개정 전 국회의원의 대통령 특보 겸직은 국무위원 겸직과 마찬가지로 삼권분립을 둘러싼 비판이 있었으나,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무능력 강화를 위해 일부 국무위원과 명예직에 현직 국회의원을 임명하더라도, 그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특임장관 등 정무적 역할을 하는 장관을 정치인이 맞는 건 이상할 게 없다. 국무총리도 전체를 총괄하는 정무적 역할이 중요하다”며 “다만 국토교통부나 해양수산부 장관 같이 전문성이 특별히 중요한 자리에 정치 성향이 강한 사람이 가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