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염색체 이상 불임, 혼인 취소사유 아니다"
입력 2015.03.03 16:15
수정 2015.03.03 16:21
3일 대법원 원심 파기 "성기능 장애, 부부생활 큰 문제 아닐 수도"
대법원이 성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불임은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불임 자체는 부부생활을 깰 만큼 중대하지 않다는 이유이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을 찾은 A 씨와 B 씨 부부는 남편인 A 씨가 무정자증에 염색체 선천적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B 씨는 A 씨가 불임 사실을 알고도 자신에게 숨겨왔다고 강하게 의심했다. 결국 부부는 별거에 들어갔고 서로 이혼소송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소송의 핵심은 A 씨가 자신의 불임 사실을 알고도 B 씨에게 숨겨왔는지, 그리고 불임이 혼인을 지속시킬 수 없을 만큼 중대한 사항인지 였다.
1심의 경우 두 가지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혼인 취소는 불가능하지만, 혼인 파탄의 사유가 부인을 감싸주지 않은 A 씨에게 있다고 보아 B 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고 이혼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심은 불임이 부부생활을 중단케 할 만큼 중요한 사유라는 점에 동의했다. A 씨의 성기능 장애가 언제 나아질지 알 수 없고 2세에게 유전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는 데 B 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깨고 불임이 혼인 취소 사유가 아니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성기능 장애가 부부생활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며 “약물치료 등으로 A 씨의 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불임이 민법 816조 2호의 혼인 취소 사유가 되는지에 관해 대법원에서 구체적 판결을 한 첫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