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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앞에서 꽉 막힌 김영란법, 원안만 정답일까?

김지영 기자
입력 2015.02.04 10:30
수정 2015.02.04 10:52

[기자수첩]야당·시민단체 재촉해도 간단치 않은 문제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됨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멈춰선 김영란법 처리 여부에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돌아가며 김영란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쟁점은 여전히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을 포함시키느냐이다.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 등은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지만, 당장 국회만 벗어나면 법사위에 상정된 법안을 원안대로 본회의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란법 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한 여론의 시선을 곱지 않다. 여기에 언론을 통해 법 적용 대상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이유, 하필 여러 쟁점 중 언론인 포함 여부가 부각되고 있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이 밥그릇 지키려고 힘 합쳐 언론플레이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 제정은 적용 대상에 ‘누구를’ 포함하느냐가 전부인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현재 법사위에 상정된 법안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 2011년 처음 제안한 초안의 취지에서도 상당 부분 벗어나 있다.

먼저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은 형평성 문제에서 출발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만 대상으로 한정한 초안대로라면 똑같은 돈을 받아도 공공기관인 KBS 기자는 처벌받고, 민간기관인 SBS 기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이 문제는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교원 및 교직원들 사이에서도 똑같이 발생한다.

지난 1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소위원들이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등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점 때문에 국회는 김영란법 적용 기관에 민간언론사와 사립학교를 포함키로 합의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초 공직사회를 부정부패로부터 바로잡기 위해 제안된 법의 적용 범위가 민간 영역까지 확대될 경우, 민간 영역에서 또 다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언론사와 교육기관인데 공공기간만 규제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대로라면, 금융기관은 물론 특정 분야에서 관리·감독권 등 권한을 행사하는 모든 민간단체와 협회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이는 대다수의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언론의 자유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은 한 가지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한 가지 원칙을 정하면 다른 원칙이 깨지는 복잡한 법이다. 그만큼 도입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민간기관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문제는 김 전 대법관이 제안한 초안의 취지에서도 벗어나, 국회 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여기에 김영란법의 효과도 불분명하다.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파견직이라는 새로운 근로 형태를 만들어내고, 고금리 사채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자제한법’이 ‘꺾기’라는 비정상적 풍토를 만들어낸 것처럼, 김영란법도 새로운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1회 100만원 규정이 자칫 ‘99만원 청탁’, ‘청탁자금 쪼개기’와 같은 탈법행위를 유도할 수 있고, 청탁의 도구가 금품에서 계약권, 우선거래권 등 특혜로 변질될 소지가 있다.

한편, 2013년 정부가 내놓은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은 총칙이 6개장 33개조, 부칙이 6개조로 구성된(참고로 이자제한법은 총칙 8개조로 구성됨) 방대하고 복잡한 법이다.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이 당장 밖에서 보기엔 답답할 수밖에 없겠지만, 국회가 여론만 의식해 졸속 처리한 누더기 법안은 부작용이 불 보듯 빤하다. 김영란법 제정은 국민적 요구인 만큼 처리가 너무 늦어져서도 안 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처음 만들 때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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