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대한민국에서 무주택 세대원으로 살아간다는 것
입력 2015.01.30 13:26
수정 2015.02.06 15:23
[기자의 눈]청약 통장 가입해도 소득공제 혜택 없어 '역차별'
올해 청약 자격완화 및 소득공제 확대…연말정산 세법은 '엇박자’

몇년 안에 집을 장만하겠다는 계획으로 청약 통장을 만들었다. 집이라는 개념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어린시절 거실 벽면 한 쪽에서 자라는 내 키와 집안 곳곳에 서려있던 추억이 커서인지 여전히 소유를 하고 싶었다. 특히 사회적으로 전월세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나 하나라도 몫을 덜어주자는 원대한 꿈도 컸다.
매달 15만원씩 1년간 180만원이 쌓였다. 저축액이 불어날수록 내 집 마련의 꿈도 커져갔지만 올해 초 연말정산을 하는데 돌연 배신감에 휩싸였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LTV, DTI를 완화하고 청약 관련 규제도 대폭 풀어대며 집을 살 것을 장려했음에도 정작 ‘13월의 세금폭탄’으로 저축액을 모두 소득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무주택 세대‘원’과 세대‘주’, 이 한끝 차이 때문이었다.
‘무주택 세대원’은 청약 통장에 가입해서 돈을 얼마를 저축하든지 소득공제 혜택이 전혀 없다. 애초에 청약 통장이 도입될 당시 집을 살 여지가 있는 ‘무주택 세대주’의 가입을 유도하고, 저축액은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공제 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최근 시대가 바뀌고 주택상황이 달라졌는데도 이를 개선할 움직임은 아예 없었다.
몇 년새 전세값이 급등하고 최근에는 월세난까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것처럼 내 집이 없이 빌려사는 세대주와 세대원은 허다하다. 특히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집을 사는 사람이 꼭 ‘세대주’가 아닌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무주택 세대주에게만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한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처사고, 형평성 논란마저 있어 보인다는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게다가 청약통장 소득공제 한도는 올해부터 두배로 늘어난다. 기존 12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확대해 40%의 공제를 해주지만 여전히 무주택 세대원은 제외돼 있다. 이를 모른채 각 은행에서 절세상품임을 강조하며 내세운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직장인들은 내년 연말정산 때 된통 당하기 일쑤일 것이다. 은행 역시 ‘무주택 세대원’은 소득공제 혜택이 없다는 것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있어서다.
정책 실행자들은 한 가지 정책을 입안할 때 세밀하게 얽혀있는 여러 부분들을 살펴보고 혹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몇 번이고 점검을 해야 한다.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런 허점을 드러낼 경우 구멍 정책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집을 장만한다는 ‘개념’은 아직까지 내 전부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