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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주류들 줄줄이 '쓴 잔' 호남이 성났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15.01.24 10:19
수정 2015.01.24 10:23

'깃발만 꼽으면 당선' 공식 깨지고 탈계파 인물들 잇따라 시도당위원장

당 관계자 "호남도 민생에 실제 도움될 것으로 보이는 탈계파 인물 선택"

새정치연합의 호남 지역 시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당내 비주류 및 비노 진영 인사들이 연이어 당선되면서 호남 민심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모습이다. 사진은 황주홍 전남도당 위원장(좌)과 박혜자 광주시당 위원장(우)의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효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호남이 변하고 있다. 최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일정과 함께 치러진 호남 지역 시도당 위원장직에 소위 ‘비노’ 또는 비주류고 분류되던 새로운 인물들이 당선되면서 호남 민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모양새다.

지난 20일 열린 전북도당 위원장 선거에서는 당내 비주류이자 비노 인사임을 자처하는 유성엽 의원(정읍)이 이상직 의원(전주 완산을)을 제치고 도당위원장직에 올랐다. 유 의원에 비해 당내 친노계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의 당선이 예상됐지만, 당원들은 유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간 유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2013년에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엮어 ‘비망록’을 발간한 홍영표 의원을 향해 “정권교체를 못한 민주당은 지금은 조용히 반성하고 있어야지, 이런 식으로 물밑 협상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옳지않다”며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초선의 황주홍 의원이 연임에 도전했던 이윤석 의원을 꺾고 전남도당 위원장에 선출됐다. 황 의원 역시 당내 대표적인 비노 인사이자, 중도파 의원들의 모임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에 소속돼 있다.

지난해 새정치연합이 세월호특별법 통과를 위해 장외투쟁을 결의했을 때, 황 의원은 “거리정치는 국민의 외면을 받는다. 의원은 의회에서 투쟁해야한다”며 반대 연판장 서명을 주도하고 나섰다. 또한 당 지도부와 강경파를 향해 “민심은 저들의 집권을 더 선호했고 더 믿음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며 “새누리당은 우리의 원수가 아니라 우리의 맞수라는 인식을 가져야한다”는 등의 쓴소리를 던져왔다.

아울러 같은 날 광주시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박혜자 의원 역시 ‘탈계파’를 주장해온 인물이자 비노진영 인사로 꼽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류에 속하는 한 다선 의원과 추대 직전까지 팽팽한 경쟁을 벌였으나, ‘변화를 위해 새로운 인물이 선출돼야한다’는 광주 지역 당원들의 여론을 반영해 박 의원이 위원장 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호남의 민심이 변화하는 것은, 대여 강경 투쟁으로는 더 이상 집권할 수 없다는 호남민들의 위기 의식과 함께 친노 및 주류 세력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3선 의원은 “친노가 패권주의에 빠져서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주류 세력 지키기에만 골몰하면서 호남민들까지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제 ‘호남에는 깃발만 꼽아도 당선’이라는 전통적 공식에 금이 갈 때가 왔다"고 말했다.

한편 17일 공주에서 치러진 충남도당 위원장 선거에서는 ‘안희정의 남자’로 불리며 원내대변인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박수현 의원 대신 나소열 전 서천군수가 간발의 차로 당선되는 이변도 일어났다. 물론 나 위원장이 군수로서 대의원들의 지지를 많이 얻었다는 분석이지만, 이 역시 친노 세력에 대한 지역 민심의 균형잡기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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