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 혼수상태서 여성 혼자 한 혼인신고 인정
입력 2015.01.14 14:28
수정 2015.01.14 14:35
“재산을 가로채려 한 것” 왕래 끊겼던 세 딸이 낸 무효확인소송 기각
동거남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여성 혼자 혼인신고를 한 사항에 대해 혼인을 인정하는 재판 결과가 나왔다.
60대 남성 A 씨가 2001년 부인과 이혼하고 B 씨와 2002년부터 동거했는데 2013년 7월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졌다.
A 씨가 혼수상태에 빠진동안 B 씨는 혼인신고를 했고 A 씨의 딸 셋이 이 사실을 알고는 혼인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 가사 1단독 이동호 판사는 A 씨의 자녀 3명이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 법제에서 비록 사실혼 관계에 있는 한 쪽의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기로 서로 합의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면 무효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씨가 동거 후 일기장에 쓴 ‘집사람’ ‘막내 처제’ 등의 용어와 ‘처 000(B 씨의 이름)을 동반한 지도 5년이 넘어’라는 문장 등의 증거자료를 토대로 “의사 무능력 상태에 있더라도 A 씨의 혼인 의사는 추정된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2001년 부인과 이혼한 A 씨는 2002년 10월께부터 6살 연하의 B 씨와 인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A 씨에게는 딸만 셋이 있었지만 왕래가 거의 없었고 A 씨와 B 씨는 함께 호프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A 씨는 B 씨의 여동생을 막내 처제라고 부르고 ‘2004년 11월 1일’을 결혼기념일로 생각했으며 B 씨는 2011년 9월 A 씨가 후두암 절제수술을 받자 병간호를 하는 등 부부처럼 생활했다.
하지만 2013년 7월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을 호소한 A 씨는 병원에 입원했고 관상동맥중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전 동의가 필요했지만 A 씨는 딸들의 휴대전화 번호도 모르고 있었다.
할 수 없이 B 씨가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했고 A 씨는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 후 세시간이 지난 뒤 B 씨는 구청에 가서 A 씨와 혼인 신고를 했고 혼수상태에 빠졌던 A 씨는 혼인 신고를 한 다음 날인 2013년 7월 31일 새벽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이에 딸 셋은 “B 씨가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채려고 혼인 신고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