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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백화점 VIP야" 앞으론 쉽게 말 못한다

조소영 기자
입력 2015.01.14 10:10
수정 2015.01.14 12:00

업계, 500만~1000만원씩 상향 조정해 선정기준 강화

합산기준도 복잡...일부에선 과소비 조장 비판도

백화점 업계가 최근 3~4년 사이 VIP 선정기준을 강화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경우 올해 8년 만에 VIP 선정기준을 강화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VIP 등급 중 하나인 플레티늄 등급 카드로 오른쪽 상단의 에메랄드색 스티커가 해당 등급을 표시한다.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이른바 '백화점 갑질모녀' 사건으로 백화점 VIP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가운데 관련업계가 VIP 선정기준을 높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3~4년 사이 업계는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씩 자사 VIP 선정기준을 강화했다. 이는 백화점 업계가 비용 절감과 함께 차별화를 통한 고객 충성도 제고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쉽게 말하자면 근래 내수경기가 최악이라지만 상위 1% VIP들의 지갑은 업계를 배신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국내 4대 백화점 VIP 매출이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을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불황에도 VIP들은 꾸준히 지갑을 열어온 것.

백화점들은 이 같이 '콘크리트 소비'를 보이는 VIP들을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보통 VIP들은 발레파킹 및 전일 무료주차, 상시 5% 할인, VIP 전용 라운지 이용, 기념일 및 명절 선물 등의 혜택을 받는다. 각 백화점 홈페이지에는 매년 VIP 선정기준과 혜택 정보 등이 제공된다.

VIP 선정기준은 매년 바뀔 수 있지만 자주 바뀔 경우 자칫 고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한 번 제도가 안착되면 잘 변경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 번이라도 변경이 되면 오랫동안 유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업계의 VIP 선정기준 변경이 잦아진 이유는 소비 촉진을 도모하는 한편 견고한 소비를 보이는 '진짜 VIP들'만 받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2015년 현재 국내 3대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VIP 선정기준 표. 현대백화점은 올해, 롯데백화점은 2014년, 신세계백화점은 2012년 VIP 선정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올해 8년 만에 VIP 선정기준을 강화했다.

현대백화점의 VIP는 블랙쟈스민, 블루쟈스민, 클럽쟈스민, 플레티늄으로 나뉘며 최상위 계층인 블랙쟈스민과 블루쟈스민의 경우, 연간 최소 5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들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특히 자세한 사항은 대외비로 공개되지 않는 한편 본점 기준으로 블랙쟈스민이 되기 위해서는 연간 구매액이 1억원 이상 돼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클럽쟈스민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구매액 3500만원이 기준이었지만 올해에는 이보다 500만원을 올린 4000만원이 기준이 됐다.

현대백화점은 매년 같은 기준으로 운영하다보니 점차 VIP가 늘어났고 더 이상 '늘어난 VIP' 수용이 어렵게 돼 물가 등을 고려해 선정기준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쟈스민보다 한 단계 아래인 플레티늄 등급 또한 선정기준이 상향됐다. 작년까지만해도 1500만원이 기준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이보다 500만원 오른 연간 구매액 2000만원을 채워야 플레티늄에 속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또한 작년부터 VIP 선정기준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최고 등급인 MVG-Prestige(프레스티지)가 연간 5000만원 이상, MVG-Crown(크라운)은 3000만원 이상, MVG-Ace(에이스)는 점별로 1800만원 이상, 1500만원 이상으로 나뉘었지만 지난해부터 모든 기준이 상향 조정됐다.

롯데백화점은 작년부터 프레스티지는 6000만원, 크라운은 3500만원, 에이스는 1800만원 이상과 1500만원 이상 외에 2000만원 이상 등급을 신설하는 등 한 단계 높아진 VIP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신세계백화점 또한 VIP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신세계백화점의 VIP 등급은 트리니티(최상위 999명 한정), 퍼스트프라임, 퍼스트, 아너스(2000만원 이상), 로얄(800만원 이상) 순으로 나뉜다. 신세계백화점은 2012년 전까지 퍼스트프라임과 퍼스트 기준이 각각 5000만원, 3500만원이었으나 2012년부터 6000만원, 4000만원으로 바뀌었다.

다만 '백화점 갑질모녀'가 주차요원과 실랑이를 벌일 당시 "내가 오늘 (백화점에서) 740만원 쓰고 나왔다"고 소리쳤던 만큼 VIP 선정기준이 500만~1000만원 정도 강화된 것은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도긴개긴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VIP로 선정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구매 금액 합산 기준'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이를테면 500만원 어치를 샀다고해서 500만원이 전부 구매 금액으로 합산되는 일은 전무하다. 백화점에서 선정한 카드로 구매하지 않거나 행사 상품을 구매했을 경우 등 백화점이 정한 합산 기준에서 어긋난다면 제 아무리 740만원 어치를 샀다고 해도 VIP가 되기 위한 길은 요원하다.

이 때문에 업계는 물가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VIP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지만 일각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VIP가 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좀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된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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