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마침표, 정치권은 느낌표, 국민들은 물음표
입력 2015.01.12 23:24
수정 2015.01.12 23:35
신년기자회견 통해 "의혹 다 해소 이젠 경제드라이브"
새누리 초재선 "간극" 전문가들 "국민 기대에 못미쳐"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명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으로 제기된 의혹들이 모두 해소됐다며 집권 3년차인 올해는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이제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우리 국민들에게 매우 의미있는 해"라며 "국정 3년 차에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해로 경제활력을 되찾고 국가혁신을 위해 국력을 결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 농단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물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해가면서 일각에서 일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님을 강조하는데 힘을 쏟았다. '비선 실세' 의혹은 전혀 사실 무근이고 이들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씨에 대해 "실세는커녕 (저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정윤회 씨는 수년 전 저를 떠나 국정 가까이에 온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실세냐, 아니냐 답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이 폭로한 인사개입설에 대해서도 "문체부 인사도 터무니 없이 조작된 얘기가 나왔다"며 유 전 장관을 비난했다.
또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된 동생 박지만 EG회장에 대해서는 "개인적 영리와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 전혀 관계없는 사람을 이간질시켜 어부지리를 노리는 그런 데 말려든 것 아니냐"라면서 "바보같은 일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비선실세' 의혹은 물론 지난해 말 일어난 김영한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으로 교체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라며 당장은 교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당면한 현안이 많이 있어 그 문제 수습을 먼저 해야 하지 않겠냐 해서 그 일들이 끝나고 결정할 문제"라고 김 실장 교체 여부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반면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에 언급된 '비서관 3인방'에 대해서는 모든 의혹이 풀렸다며 이들을 바꿀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비서관 3인방'에 대한 무한 신뢰는 보낸 것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청와대 집권 3년차에 동력을 끌어올리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주요 수석들과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면서 일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주요 부문에 특보단을 구성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는 측근들을 교체하라는 여론의 요구에 떠밀리기 보다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국정운영을 서서히 변화시켜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3년간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내보였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올해 국정운영 최고 목표는 경제 살리기다.
박 대통령은 특히 "아직 경기회복의 온기가 국민 여러분의 실생활까지 고루 퍼져 나가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어렵고 힘들더라도 구조개혁을 통해 근본적인 처방을 해야만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서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여당 지도부는 일단 동조...일부 의원들 인적쇄신 부분 쓴소리
이와 관련해 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의 이같은 의지에 대해 적극 호응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께서 올해 우리 경제가 녹록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했다”며 “경제 회복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각오로 정부와 국회가 온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을 적극 비호했다. 그는 비서관 퇴진 여부에 대해 “대통령 말씀대로 비서관은 아무런 죄가 없다”며 “통일 경제 외교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아주 진솔하고 신중하게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모든 문제에 대해 국민적인 바람을 토대로 진일보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의 이같은 옹호에도 불구하고 여당 일각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이 국민들을 이해시키기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는 ‘경제살리기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인적쇄신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날렸다. 청와대와 국민들 사이에 다소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침소리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청와대 기강 해이와 불통 논란이 초래한 현 정국혼란의 심각성을 인식하는데 있어서 청와대와 국민들 사이 다소 간극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때문에 대통령이 약속했듯이 조속한 시일 내에 과감한 인사혁신과 조직개편이 가시화돼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어 “오늘과 같은 대국민 소통의 장이 최소한 분기별로 1번은 있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 “국민들과 더 자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대통령이 돼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비박계’ 조해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전면적 인적쇄신, 청와대 국정운영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 등이 어떻게 보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고 국정동력을 확보하는 핵심인데, 그 부분이 미흡하다”며 “인적쇄신과 시스템 개혁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해 여전히 우려가 많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서관 3인방을 재신임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 시스템의 왜곡을 가져온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역할을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그것을 무슨 비리나 부패행위를 저지른 게 없다는 각도로 접근하는 것은 국민들이 보는 것과 좀 다른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 "의혹만으로도 인사조치 대상"..."국민 눈높이 못 맞춘 형식적 소통 뿐"
아울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의혹도 해소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통령의 인식만 청신호일 뿐 국민들이 느끼는 신호는 아직도 안개가 끼어있는 회색이라는 평가다.
특히 박기태 전 경기대 부총장은 의혹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도 인사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특보단을 만든다고 비서진과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대통령의 정책이 탄력을 받으려면 대통령이 국민의 생각과 같은 인식을 보여줘야 하는데 박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의 생각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경제 살리기로 가는 것은 맞지만 모든 정책은 국민이 호응을 해줘야 된다"며 "국민이 일단 3인방과 김기춘을 나가라고 한다면 대통령이 국민에게 호응을 해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박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운영 3년차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를 놓쳤다며 "이번 기자회견으로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받는데 전혀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기자회견으로 많은 의혹이 해소 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이번 기자회견은 국면 전환에 좋은 기회였지만 발뺌내지 방어하는 식의 기자회견으로 의미가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육박했다는 여론 조사를 거론하며 "대통령이 소통의 중요성도 알고 소통하겠다는 노력의 흔적은 있지만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부족했다고 본다"며 소통이 외형은 신경썼지만 내용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비서관 3인방에 대해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긋고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수습이후’라고 퇴로는 열어뒀지만 과연 국민과 공감했느냐는 별개 문제"라며 "특보단 역시 당청 관계를 위한 것인지 전문가 집단들을 많이 부르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통일대박’이라는 이슈선점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임팩트가 부족했다. 공공개혁 부분에서도 국민 모두 동의하지만 구체성은 결여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