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점' 받아든 박원순, 지나친 정치행보 '경고장'
입력 2015.01.09 09:14
수정 2015.01.09 09:28
인사에 제2롯데월드 안정성까지 연이은 논란, 시정 지지율도 '낙제'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 가운데 선두권을 달리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이은 논란 속에 시정 평가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연말부터 새해까지 이어진 박 시장의 행보가 정치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정치행보에 대한 경고”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박 시장의 시정은 다양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은 인사 부분이다. 박 시장 스스로도 “인사를 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2014년 12월 11일)”며 일정부분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지난해 연말 폭언 논란에 휩싸인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전 대표를 시작으로 지난 7일에는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박 시장의 서울시 및 산하기관의 낙하산 인사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그보다 앞서 서울대공원 사육사 사망 사건도 낙하산 인사가 빚은 인재라는 비판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안전 부분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박 시장은 제2롯데월드에 대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이후 수족관 유리 및 바닥 균열 등 곳곳에서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뒤늦게 “사고가 다시 나면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다. 건물 사용제한조치를 내리거나 저층부 임시사용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하루만인 8일 제2롯데월드 주변의 도로 3곳에서 균열과 침하가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석촌지하차도, 서울시 공관 이전 논란은 물론 지지층인 진보진영조차도 “표를 위한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은 성소수자 보호 조항이 담긴 인권헌장 제정 무산 등 재선 성공 이후 박 시장의 시정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또 박원순호 1기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시정 4개년 계획과 공약사항 등 396개 주요 사업 중에서 집중적인 업무 추진이 필요한 28대 핵심과제를 선정해 책임관제를 올해 상반기에 도입하기로 했지만 실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박원순 서울시정, 부정평가 > 긍정평가...주지지층인 20~30대조차 등 돌려
이처럼 시정운영을 둘러싼 연이은 논란은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박 시장의 시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지난 6일 ‘서울신문’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의 시정에 대한 긍정평가는 36.2%, 부정평가는 44.6%를 기록해 부정적인 평가가 8.4%p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56.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13.1%p차의 승리를 이룬 것을 감안하면 취임 이후 6개월 사이에 부정여론이 많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박 시장의 주요 지지층인 20~40대 가운데, 20대에서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에 비해 10%p 높게 나타났다. 이는 주로 보수 지지층으로 평가되는 60대 이상(긍정 37.3%, 부정 48.7%)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격차다.
반면 같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현역 정치인 중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 시장이 13.9%로 1위에 올랐다. 즉, ‘정치인 박원순’과 ‘서울시장 박원순’ 간 이미지의 균열이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나친 정치적 행보가 시정 운영을 추락시켰다. 정치행보에 대한 경고”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의 보수화, 장기적인 경기침체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최근 박 시장이 너무 정치적으로 전면에 드러난 점이 시정 운영의 추락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일종의 정치행보에 대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실제 박 시장의 최근 행보는 시정보다는 정치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난해 연말 새정치연합의 일일 비대위원을 맡아 정치권에 쓴소리를 날리는가 하면, 자신의 소속 당이 아닌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행사에 참석하는 등 광폭 행보를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2011년 10월 당선 이후 시정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 복지’였지만 재선 이후에는 ‘경제 활성화, 규제 개혁’ 등을 추가하는 등 보수층을 잡기 위한 우클릭 행보에 나서면서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외연 확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엄 대표는 “박 시장은 정치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도층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최근에 대선 주자로 부각되면서 오히려 관심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안철수 의원의 경우 20~30대가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평범한 군소주자로 전락했는데, 박 시장도 그런 면에서 리스크를 느껴야 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행보보다는 박 시장의 시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직접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원순 시정 1기가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면 2기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기관의 관계자는 “처음 1기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이제는 성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복지 이야기, 부채 줄인다는 것 정도 외에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2롯데월드, 인권헌장제정 무산, 서울시향 대표 논란 등이 자꾸 벌어지면서 시장으로서의 역량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든 것”이라면서 “1기 때는 눈 감아줬던 부분들이 재선부터는 평가대상이 됐고, 그런 부분에서 지지도가 깎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큰 상황에서 박현정 전 대표의 폭언은 또 다른 갑질로 비쳐졌다”며 “특히 인사권자인 박 시장이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인 것이 실망감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