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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였던 김한길, 측근 집단행동으로 전대 '내뜻대로'?

김지영 기자
입력 2014.12.28 10:02
수정 2014.12.28 10:06

"빅3 불출마" 서명 30명중 4분의 1이 김한길계…특정 후보 편법 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내 ‘빅3(정세균·박지원·문재인)’ 후보들에 대해 전국대의원대회 불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세균 의원이 26일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강창일 의원을 비롯한 당내 비주류 의원들은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당후사와 구당정신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고 결단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며 박지원·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도 불출마를 압박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도 “전당대회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당의 미래는 없다”며 “전 비상대책위원 세 분이 (불출마를) 깊이 고민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빅3 후보들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의원들 명단에는 직전 당대표였던 김한길 의원의 측근들이 대거 포함됐다. 전 지도부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던 주승용 의원과 노웅래 의원,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문병호 의원, 수석대변인이었던 김관영 의원이 대표적인 김 의원의 측근이다.

여기에 이종걸 의원과 정성호 의원, 최재천 의원도 김한길계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 7.30 재보궐선거 때 김한길 지도부에서 전략공천돼 국회의원 배지를 단 권은희 의원까지 김한길계로 분류한다면, 빅3 불출마 성명을 발표했던 최초 30명 가운데 4분의 1이 김 대표의 측근이 된다.

이 같은 점들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측근들을 내세워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의원은 지난 7월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고 있지만 김 대표의 측근들은 원내대표 선거, 전당대회 등에 출마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빅3 불출마를 촉구하는 의원들 명단에서 친노계와 박지원계 등 기존 주류 세력에 속한 의원들과 강성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이름은 빠졌다. 대신 호남계, 손학규계,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계 등 친노계를 중심으로 한 계파주의에 반감을 갖고 있는 비주류 계파의 의원들이 대거 포함됐다.

통상 직전 당권파인 친노계와 정세균(범친노)계는 주류로, 나머지 계파는 비주류로 분류되는데, 다시 비주류는 486계를 중심으로 한 강성파와 현재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로 대표되는 중도·온건파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중도·온건파의 좌장격으로, 비주류 계파 중 가장 큰 세를 보유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비주류 의원들의 움직임이 빅3 불출마 요구 자체보다는 주류 세력에 맞서기 위한 비주류 세력의 결집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 혁신과 계파주의 해소 외에는 명분이 결여돼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빅3 후보들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거나 불출마했을 때의 대안도 없다.

관건은 이들이 누구를 내세울 것이냐이다. 지역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현역 지역구 의원들이 전국대의원 선출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 30명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이들의 집단행동은 현행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편법이라는 지적이 있다. 성명 명단에는 당대표 후보 단일화를 추진 중인 김영환·김동철·박주선 의원과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한 주승용 의원의 이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비대위에서 의결된 당헌·당규 개정안에 따르면,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중앙당 및 시도당 사무직당직자은 특정 후보에 대해 공개·집단적 지지 표명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박지원 의원과 전병헌 의원은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선거캠프를 구성했다.

이날 성명을 발표했던 강창일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현역 의원들이 전당대회 후보들과 함께 집단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실제 지난 18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오영식 의원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날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빅3 중 한 명인 정세균 의원은 이날 “새정치연합의 혁명과 승리를 위해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 당대표 선거는 박지원·문재인 양강구도에 컷오프를 통과할 비주류 후보가 도전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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