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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련 국회도서관장 외부인사 추천, 그 과정을 보니...

이슬기 기자
입력 2014.12.27 10:52
수정 2014.12.27 10:58

당내 반발 불구 원혜영 "혁신만이 살 길, 알량한 기득권 내려놔야" 강행

국회 도서관장 직에 외부인사를 추천하는 혁신안을 주도한 원혜영 당 정치혁신실천위원장(좌)과 26일 임명된 이은철 국회 도서관장(우)ⓒ데일리안, 연합뉴스

국회 운영위원회가 26일 이은철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의 국회 도서관장 임명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앞서 지난 23일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국회 도서관장 직에 외부인사를 추천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국회 도서관장 후보자로 정당 내부 인사가 아닌 민간인이 추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이 관장은 한국문헌정보학회장을 비롯해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 사립대 도서관협의회장 등을 지낸 전문가지만, 정파적 입장은 전혀 없어 새누리당에서도 반발이 제기되지 않았다.

관행상 국회 사무총장은 여당, 국회 도서관장은 야당 정치인을 임명해왔다. 특정 정당 몫으로 배당된 고위 공무원이 임명될 경우, 아래로 연결된 하위직 공무원과 다수의 직원들 역시 해당 인사와 친분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꾸려져 ‘보은 인사’ 또는 ‘내 사람 챙기기’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야당 몫으로 분배된 임명직 공직후보자는 국회 도서관장 직이 유일하다. 새정치연합이 지난 2008년 대선에서 패배함으로써 핵심 요직에서 밀려난 후 복귀를 바라는 이가 한 둘이 아닌 상황에서 하나 뿐인 인사 기득권을 내려놓은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이번 후보자 추천을 두고 당내는 물론 여당에서도 ‘통 큰 결단’으로 회자되는 이유다.

주요 기득권인 만큼 그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당 정치혁신실천위원회 위원장이자 해당 안을 처음 제안한 원혜영 의원이 19대 총선 참패 직후인 2012년부터 △도서관장 추천 문제와 △민주정책연구원 개혁을 혁신 과제로 추진하려 했지만, 당내 우려와 비판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원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총선 참패 후 우리에게 남은 길은 혁신밖에 없다는 생각에 도서관장 추천 문제 등을 핵심 과제로 생각했다”며 입을 열었다. 국회 도서관장은 국회직 중 차관급으로 야당이 직접 선임할 수 있는 한 자리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차관급 한 명’이라는 의미 이상으로 도서관장의 상징성이 중요하다는 게 원 의원을 비롯한 당 안팎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우리가 갖고 있는, 한줌 밖에 안되는 알량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도서관장 자리를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생각이었다”며 “또 민주정책연구원 역시, 우리당 사람들의 사업이나 대행하는 하청직이 아니라 정말 진보진영의 정책과 비전을 이끌어나갈만한 기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계속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원 의원은 올해 초 같은 당 신기남 의원과 ‘도서관장 직에 외부 인사를 추천하자’는 취지로 소속 의원들에게 서명서를 돌려 4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안 그래도 하나뿐인 중요한 자리를 왜 우리만 스스로 내버리느냐”며 “그렇다고 국민들이 큰 혁신이나 기득권 내려놓기로 평가해 주지도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동력을 잃던 혁신 과제에 불을 지핀 것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지난 9월 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함께 문 위원장이 원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고 “혁신의 최우선 과제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 즉 국회 도서관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며 혁신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설명한 원 의원은 “그 이후에도 ‘우리만 기득권 내려놔서 뭐하느냐’는 비판적 견해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들 큰 대의에는 동의하고 이렇게 잘 진행됐다”며 “이 문제는 총·대선 패배 이후부터 생각해왔던 거니까 실제로는 2년이 걸린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당헌 당규에도 도서관장은 외부 인사로 하자는 내용을 명시해 놓기로 했다”며 “현재 야당이 임명할 수 있는 국회직 공직자는 한 자리뿐이지만, 만약 우리 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사무총장이나 예산정책처장, 입법조사처장 등도 모두 실력 있는 민간 전문가들이 맡을 수 있도록 추천위를 구성해서 실력자를 초빙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편 이날 임명된 이 관장은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국회 도서관장이라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도록 임명·동의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제 나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국회 도서관을 입법지원기관이자 국가 최고의 지성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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