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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찌라시' 언급하자 더 불춤 추는 '찌라시'

조성완 기자
입력 2014.12.14 10:04
수정 2014.12.14 10:08

역으로 높아진 찌라시 위상 “지난 찌라시도 다시 보자”

전문가들 "참고용일뿐인데 유출시켜 정보교란 큰 문제"

‘정윤회 문건’ 논란으로 또다시 ‘찌라시’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부터 시작해 이번 청와대 비선실세 논란까지 모두 정보공급자로 ‘찌라시’가 지목되면서 그 위상이 날로 높아져만 가는 형국이다.

'찌라시' 데뷔는 김무성-조현오 공식석상에서 언급

최근 정국을 강타한 사건의 중심에는 모두 어김없이 찌라시가 존재했다. 논란의 핵심 인사들이 출처를 밝히기 곤란한 정보에 대해 ‘찌라시에서 봤다’고 주장하면서다.

가장 큰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인 ‘청와대 비선 실세 개입’ 논란이다. 청와대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는 ‘비선 실세’로 지목 받은 정윤회 씨가 청와대 내 일명 ‘문고리 3인방’과 ‘십상시’를 통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 등 주요 인사문제에 관여했다는 내용이 담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문건 ‘내용’의 진위여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고 “찌라시에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보의 출처를 찌라시로 규정지었다.

즉, 찌라시에 나오는 사실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원수의 입에서 직접 “찌라시”라는 단어가 언급되면서 과거에는 재미삼아 보던 찌라시의 위상 자체도 증권가 고층 빌딩처럼 높아졌다.

정치권에서 찌라시의 비중이 높게 다뤄진 것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 당시) 하루에 수십 건씩 되는 보고서와 정보지가 난무했고, 그중에 (증권가) ‘찌라시’ 형태로 대화록 문건이 들어왔다”며 “그 내용이 정문헌 의원이 얘기한 것이나 월간지 기사, 블로그 글과 동일해서 대화록 일부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조현오 전 경찰청장도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검찰 조사를 받았고, 해당 정보의 출처에 대해서는 “소위 말하는 찌라시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야가 국정조사를 벌일 정도로 정국을 뒤흔들었던 ‘NLL 포기 취지 발언’ 등 노 전 대통령을 둘러 싼 모든 논란의 시작은 결국 찌라시였던 것으로 상황이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0일 ‘데일리안’과 만나 “예전에는 재미삼아 보던 찌라시가 어느 순간 국가의 최고정보가 담긴 핫 아이템이 됐다”며 “지금은 ‘지난 찌라시 다시 보자’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웃음을 보였다.

‘정윤회 문건’ 논란으로 또다시 ‘찌라시’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부터 시작해 이번 청와대 비선실세 논란까지 모두 정보공급자로 ‘찌라시’가 지목되면서 그 위상이 날로 높아져만 가는 형국이다.ⓒ데일리안

위상 따라 다양해지는 찌라시 활용법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이처럼 높아진 찌라시의 위상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그 활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찌라시의 정보를 소비한 것에 그쳤다면 지금은 ‘찌라시에는 찌라시로’라는 새로운 대응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찌라시는 일명 ‘정보맨’으로 불리는 정치권 관계자, 국가기관 직원, 기업 정보담당자, 언론사 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수집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이런 정보들이 찌라시를 전문적으로 작성하는 사설 정보지 전문 업체를 거쳐 문서화돼 거래되고 있다.

국회에서 활동하는 한 국가기관의 정보관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각 단체의 정보 담당자들이 의원회관 등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찌라시가 만들어진다”며 “사설 업체가 이를 다시 수집, 가공해 시장에 되파는 방식으로 개인에게는 월 50만원, 기업 등 단체에는 월 70만원정도의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흐름이 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카카오톡’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메신저 등이 발달하면서 누구든지 쉽게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생겨난 게 찌라시에는 찌라시를 통해 대응하는 방법이다.

한 현역 국회의원은 “찌라시에 한번 이름이 올라봤느냐. 실제 나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찌라시로 돌았던 경험이 있는데 진짜 사람 미칠 지경”이라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해명 찌라시를 뿌린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찌라시에 찌라시로 대응하는 경우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역 정치인들이나 그 측근들과 관련된 신상 정보, 언론 기자나 대기업 및 금융계 CEO 등에 대한 게 일반적이다. 한 언론사의 내부 회의 내용이 찌라시로 돌자 찌라시를 통해 이를 해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찌라시를 통해 정보유출자를 찾아내기도 한다. 한 현역의원 보좌관은 ‘오프’를 전제로 한 이야기가 빈번하게 찌라시로 유포되자 이를 유출한 당사자를 찾기 위한 재밌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는 한 가지 사안을 두고 A, B, C에게 각각 미묘하게 다른 정보를 제공했다. 결국 해당 정보는 돌고 돌아 본인에게 다시 돌아왔고, 이 보좌관은 해당 정보를 유출한 당사자와 관계를 정리했다.

해당 보좌관은 “찌라시로 정보 유출자를 찾아낸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참 황당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이라며 “단순히 보고 즐기는 정도였던 찌라시가 이제는 어떻게 활용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고 혀를 찼다.

찌라시는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보는 순간 지우는 게 최고”

그렇다면 찌라시는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이 물음에 대해 응답자들은 한결같이 “알 수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찌라시 내에서 스스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 한 관계자는 “찌라시를 볼 때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얼마나 맞는지, 그리고 전반적인 흐름에 비춰볼 때 이게 옳은 내용인지를 판단한다”며 “상호 비교를 통해 그 중에 숨어있는 진짜 정보를 찾아낸다”고 말했다.

증권가 찌라시 스스로도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위험 경고를 한다. 대표적인 한 찌라시는 표지에 “본 정보는 외부 유출 시 심각한 명예훼손을 야기할 수도 있는 대외비 내용입니다”라고 표기해뒀다. 유출 시 그 책임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찌라시는 작성자들이 의도적으로 흘리는 정보도 다수 존재한다. 특정 목적을 위해 관련 정보를 시장에 흘린 뒤 ‘시치미’를 뚝 떼고 해당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찌라시에 담는 방법이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나의 정적을 제거하거나, 상대 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찌라시 제작자에 흘리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에는 이런 경우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찌라시는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지우는 게 최고”라고 조언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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