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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정보 유출' IC단말기 교체, 업계 반발에 발묶여

윤정선 기자
입력 2014.12.02 12:05 수정 2014.12.02 12:46

카드업계·밴사 이해관계 상충…기존 가맹점 계약 얽혀 있어

"보안수준 높이려면, 충분히 시간적 여유 가져야"

카드업계와 밴사를 중심으로 IC단말기 전면 의무화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정부가 오는 2016년부터 금융정보 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해 모든 카드 가맹점에서 IC결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카드사를 포함한 관련 업계에선 도입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IC결제를 위한 단말기 도입을 두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입장이 상충되고, 기술적인 준비가 미비해 오히려 사회적 비용만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10일 여신금융협회에 IC단말기 전환 기금 1000억원이 지정기부금인 특별회비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카드사가 갹출해서 모을 기금 1000억원 중 50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까지 그려지고 있다.

IC단말기는 카드 앞면 금색 IC칩을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를 말한다. 기존 카드 뒷면 검은색 선을 긁는 방식인 마그네틱(MS) 결제보다 보안성이 뛰어나다.

또 카드복제는 MS에서 카드정보를 빼내는 스키머(Skimer)라는 기계를 통해 이뤄진다. IC단말기 도입으로 카드복제와 정보유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책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IC단말기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천억원 규모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영세가맹점에 설치된 카드단말기를 모두 교체하기 위해 기존 계약 당사자(밴사)와 이해관계도 풀어야 하는 것도 숙제다.

밴 대리점 관계자는 "카드단말기는 휴대폰 기기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면서 "통신사와 약정을 맺으면 최신 스마트폰을 할인해주는 것처럼 카드단말기도 약정을 통해 무상으로 설치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드단말기는 대개 3년 약정"이라면서 "만약 이를 계약기간 내 다른 단말기로 강제적으로 바꾸려면 단말기 가격은 물론 위약금까지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영석 한국신용카드조회기 사무국장은 "밴 대리점이 가맹점에 단말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이유는 영업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공공밴과 같은 새로운 밴사가 기존계약을 무시한 채 IC단말기 설치를 이유로 기존영업권을 빼앗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밴 대리점은 밴사로부터 카드단말기를 사들인 뒤 이를 무상으로 가맹점에 설치해준다. 대신 결제 건마다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밴사와 나눠 가진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단말기 가격을 할인해주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현재 영세가맹점의 IC단말기 전환을 위해 카드사가 마련할 기금 1000억원은 기계 가격만 고려한 금액이다. 해당 기금에서 기존계약에 대한 위약금까지 물게 되면 실제 교체할 수 있는 단말기는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C단말기 도입을 놓고 밴사와 카드사, 밴 대리점까지 이해관계자 간 의견 충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가장 큰 원칙은 IC단말기 전환 이후 어떤 혼란도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밴사와 밴 대리점의 경우 금융당국이 그동안 들여다보지 못한 나름대로 생태계가 있다"면서 "IC단말기 도입을 위해선 현재 단말기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밴사와 밴 대리점의 협조를 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도별 신용카드 위변조 부정사용 현황(유의동 의원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아울러 비용만 따져봤을 때 교체비용이 오히려 교체하지 않았을 때보다 드는 손실비용보다 더 클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카드부정사용액만 보면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아 드는 손해보다 IC단말기 교체비용이 더 크다"며 "보안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IC단말기로 가는 게 맞지만, 이른 시일 내 바꾸다 보면 오히려 득보다 해가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신용카드 도난·분실로 부정사용이 발생된 건수는 2만5205건으로 금액만 88억5000만원이다. 이중 MS카드 복제로 발생한 피해금액은 10분의 1 수준도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함정식 여신금융협회 카드본부장은 "IC단말기 전환을 유럽에서처럼 10년에 걸쳐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MS단말기의 조기퇴장은 오히려 사회적 혼란과 비용만 더 커지게 만들 수 있어 금융당국이 정한 시기보다 조금 천천히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용을 떠나 보안수준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도입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IC단말기 암호화 방식이나 보안수준 등 표준화된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지금 만들고 있다고 하지만 급하게 만들기보다 이를 영구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시간적 여유를 줄 지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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