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 지원 생각없어" 류길재 장관, 북인권법 취지는 아는지
입력 2014.11.28 09:23
수정 2014.11.28 09:32
<기자수첩>북인권법 핵심, 북 주민들 '인권 자각'하게 하는 것…대북전단 '계몽' 효과 있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정치적인 또는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활동을 지원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북한인권법 제정 시 정부의 대북전단 단체에 대한 지원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 만들어질 북한인권재단의 역할에 대해 “재단이 사실상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 측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대북전단은) 남북교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류 장관이었기에 그가 대북전단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다만 류 장관이 북한인권법의 목적을 ‘북한인권 증진’이 아닌 ‘남북교류 증진’으로 오인하고 있는 것은 않은지 우려스럽다.
북한인권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해도를 높이고, 북한 주민들이 인권을 자각하게 해 자신들이 인권유린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활동을 현재 국내 대북전단 단체를 비롯한 북한인권NGO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인권에 대해 북한 주민들을 자각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온갖 정보를 담은 대북전단을 북으로 띄우는 것, 혹은 대북라디오를 통해 정보를 주입시키는 것뿐이다.
드라마, 영화, 뉴스 등을 담은 USB를 북한으로 유입시키는 북한인권NGO도 있지만 북으로의 유통 경로 확보, 해외에서의 작업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북·중 접경지대에서의 선교활동은 활동가들이 북한 정권에 의한 납치 등의 위험성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대북전단은 각종 정보를 담은 전단, USB, 라디오, 의약품 등 다양한 자유민주주의의 문화를 비교적 손쉽게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전단을 통해 주민들은 북한 권력자들의 실체를 알게 되거나 북한 정권으로부터 왜곡돼 알려진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간접체험하게 된다.
특히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정보에 대한 갈증은 상당하다. ‘알 권리’가 박탈당한 북한사회에서 ‘알 권리’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욕구가 크다는 것이다. 대북전단은 이러한 북한 주민들에게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실제 남한의 대북전단을 보고 북한의 부조리한 상황을 깨달은 사람들도 상당수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도 대북전단을 보고 탈북을 결심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대북전단이 주민들의 ‘계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힘겹게 이곳저곳 손을 벌려 대북전단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박상학 대표가 이끌고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도 지금까지 정부 도움 없이 단체를 꾸려왔다.
물론 바람의 방향에 맞지 않게 무분별하게 살포되는 대북전단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사전 공개 후 살포하는 대북전단도 지역민과의 ‘남남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할 바다. 대북전단에 대한 찬반 논란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대북전단 단체들도 다시금 활동을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 제정 논의가 한창인 이 때에 ‘북한인권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대북전단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사전 차단한 류 장관은 대북전단 단체의 활동 취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10일 이민복 단장이 날린 대북전단에 대해 북한 측이 총격을 가한 이후 대북전단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당 측은 상당수의 북한인권NGO들을 대북전단 단체로 억지 규정하면서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지적한 바 있다. 물론 북한인권NGO에 대한 야당 측의 공격은 올해뿐만이 아니었다.
야당은 과거부터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북한인권’에 대해 사사건건 지적했던 대북전단 단체를 비롯, 북한인권NGO들이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이런 야당의 대북전단 단체, 북한인권NGO에 대한 공격에 류 장관이 휘둘릴까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