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 쿠펙스·페드로 넘어섰을까…전설들의 ‘위대한 4년’
입력 2014.11.22 10:55
수정 2014.11.23 08:06
4년간 사이영상 3회..46년 만에 투수 MVP까지
역대 전설들에 비해 젊은 나이..향후 행보 주목
내셔널리그 MVP에 오른 클레이튼 커쇼. ⓒ 연합뉴스
2014년 메이저리그(MLB)는 ‘커쇼 천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선 체면을 구기고 말았지만, 정규시즌 동안 보여준 클레이튼 커쇼(26, LA 다저스)의 퍼포먼스는 경이롭기만 했다.
커쇼는 2014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표 30장을 독식하며 개인 통산 세 번째로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1년 투수 3관왕을 차지하고도 만장일치에 실패했던 아쉬움을 이번에 풀었다.
리그 MVP도 커쇼의 몫이었다. 내셔널리그에서 투수가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건 1968년의 밥 깁슨(당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후 무려 46년 만이다.
2011년에 처음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커쇼는 최근 4년 동안 3번이나 사이영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수상에 실패했던 2012년에도 2위였다. 이쯤 되면 ‘현역 최고의 투수’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
커쇼의 지난 4년은 정말 위대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역대로 봐도 4년 연속으로 이렇게 대단한 활약을 펼친 투수는 손에 꼽힐 정도다. 연속된 4년 동안 항상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세 번 이상 수상에 성공한 투수는 커쇼 이전까지 딱 네 명에 불과했다.
샌디 쿠펙스, 그렉 매덕스, 페드로 마르티네즈, 그리고 랜디 존슨. 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커쇼는 지난 4년간의 활약으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렇다면 커쇼가 보여준 ‘위대한 4년’을 저들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 데일리안
쿠펙스는 사이영상이 제정된 1956년 이후 가장 완벽한 4년을 보낸 주인공이다. 더욱이 그가 현역으로 있던 시절에는 양대 리그를 통틀어 단 한 명에게만 사이영상을 수여하던 시절이었다. 기록만 놓고 보면 커쇼를 포함한 다섯 명의 투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4년 동안 쿠펙스는 매년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올랐고, 세 번이나 25승 시즌을 보내며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더욱 놀라운 건 그 세 번이 모두 만장일치였다는 점. 그 시절에 활약한 투수들 중 그 누구도 쿠펙스와 비교될 수 없었다.
단, 쿠펙스가 뛰던 시절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투고타저’가 극심하던 시절이었다. 상대적으로 매덕스는 훨씬 타자들의 힘이 강할 때 전성기를 보냈고, 마르티네즈와 존슨은 ‘약물 시대’를 호령한 투수들이다. 그리고 지금의 메이저리그는 또 다시 ‘투고타저’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커쇼가 유리한 시대에 뛰고 있는 셈이다.
매덕스는 사이영상 4연패에 성공한 첫 번째 투수다. 매덕스의 등판 경기 수가 적은 건 저 4년 중 2년이 선수 노조 파업으로 인한 단축시즌이었기 때문이다. 매덕스는 그와 관계없이 4년 연속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특히 1994년에는 25경기만 등판하고도 202이닝을 소화하는 엽기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마르티네즈와 존슨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보낼 무렵 양대 리그를 지배했던 투수로 국내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실제로 마르티네즈는 ‘외계인’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압도적인 피칭을 과시했다.
조정 평균자책점은 시대 상황이 모두 같다고 가정했을 때 누가 더 뛰어난가를 알아보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다. 저 다섯 명 중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르티네즈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단, 그는 매덕스나 존슨에 비해 잔부상이 많았고, 전성기가 짧았다.
존슨은 매덕스에 이어 두 번째로 4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에 성공한 투수다. 그리고 쿠펙스와 매덕스, 마르티네즈가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저와 같은 업적은 남긴 반면, 존슨은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전성기를 알린 투수다. 마지막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2002년 당시 존슨의 나이는 만 39세, 한국 나이로 치면 마흔이었다.
단순한 기록의 나열일 뿐이지만, 저들 네 명과 비교하면 커쇼의 기록조차도 다소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커쇼는 1988년생이다. 만 27세가 되기 전에 3번의 사이영상을 수상한 역사상 첫 번째 선수이며, 그의 본격적인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일 수도 있다.
전설적인 네 명의 선배들은 저 4년이 그들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기간이었다. 2008년에 데뷔해 아직 개인 통산 100승도 달성하지 못한 커쇼가 저들과 비교될 수 있는 위치에 섰다는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특별한 투수인가를 잘 말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