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하지 않았던 '클린 시트' 이란전 공포
입력 2014.11.15 22:39
수정 2014.11.15 23:08
운이 좋았던 무실점 경기 지적..이란전 초반 대량실점 우려도
[한국-요르단]한국의 수비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 연합뉴스
클린하지 않았던 ‘클린 시트(clean sheet)’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오전 요르단 암만 킹 압둘라 스타디움서 끝난 요르단(FIFA랭킹 74위)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34분 한교원 헤딩골로 1-0 신승했다.
기성용이 빠진 플랜B를 가동하는 등 다양한 실험 속에 거둔 승리로 한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치른 A매치 5경기에서 3승(2패)째를 올렸고,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치른 3경기에서는 2승(1패)째를 따냈다. 요르단과의 상대전적에서도 3승2무의 확실한 우위도 점했다.
‘중동 원정’이라는 환경 자체가 주는 부담 속에 승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 한교원의 결승골은 그림 같았다. 차두리의 크로스도 일품이었지만 상대 수비의 배후를 침투해 정확한 타이밍에 헤딩골로 연결시키는 한교원의 결정력은 앞으로 슈틸리케호의 비밀병기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관심을 모았던 박주영(알샤밥)도 비록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몸 상태나 경기감각 면에서 브라질월드컵 때보다는 나아졌다. 또 ‘슈틸리케호 황태자’로 불리는 남태희(레퀴야)는 이번 경기에서 공격수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공수를 조율하는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역량까지 드러내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더 두터운 신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역시 수비였다.
한국 수비진 입장에서 보면 앞서 국내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당한 대량실점 패배의 당황스러움을 떨쳐내고 다시 ‘클린 시트’ 받았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던 경기다. 하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는 점만을 놓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무리다. 이날 한국 수비라인은 여전히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전반 초반 역습을 허용한 상황에서 요르단 공격수의 헤딩 슈팅이 한국 골문의 골대를 맞고 나오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한국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한국 수비수 등 뒤로 파고들던 요르단 공격수가 사실상 무인지경의 골문을 향해 시도한 쉬운 헤딩 슈팅이었고,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골로 믿을 만한 완벽한 장면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행운이, 요르단에는 불운이 작용했고, 요르단의 선제골 기회는 무산되고 말았다. 결과만 노골이지 한국 입장에서 이날 요르단전은 사실상 한 골을 주고 시작했을 경기였다.
한국은 이날 기존의 4-2-3-1 전형이 아닌 4-1-4-1 이라는 다소 생소한 전형을 들고 나섰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공수를 조율하고 포백 수비라인의 부담을 줄여주는 기존의 4-2-3-1 대신 4-1-4-1의 전형을 택한 것은 공격과 수비 상황에서 모두 요르단에 수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슈틸리케 감독의 또 하나의 실험이었다.
공격적인 면에서 초반 대표팀은 높은 점유율로 슈틸리케 감독의 구상을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요르단의 단 한 번의 역습에 수비라인이 무너지며 골대를 때리는 상황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수비적 측면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가 맞아떨어지지 않은 셈이다.
요르단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진의 간격유지와 수비전술 가다듬기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비 면에서 4-1-4-1 전술이 지닌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좌우 측면 미드필더, 그리고 좌우 측면 풀백들과의 호흡이 성공적인 수비 운용에 무척이나 중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는 이겼지만 내용 면에서 보면 결코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이란(FIFA 랭킹 51위)과의 평가전이다. 오는 18일 악명 높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평가전은 대표팀이 제대로 된 수비운용에 실패할 경우, 자칫 경기장의 분위기에 일순간 압도당하며 대량실점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기 초반부터 한 치의 오차 없는 수비전술을 펼쳐야 한다.
이란전에도 슈틸리케 감독이 다시 4-1-4-1 전형을 실험할지, 기존 4-2-3-1 전술을 통해 최대한 안정적인 경기 운영 속에서 ‘이기는 축구’를 하려 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요르단전에서와 같이 수비에서 여러 차례 실책성 플레이가 나온다면 무실점 경기는 고사하고 대량실점 패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는 사실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오른쪽 풀백 차두리가 상당히 견고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고, 요르단전을 끝으로 독일로 돌아갈 것으로 보였던 박주호(마인츠)도 이란전에 뛸 수 있게 돼 좌우 측면이 든든하다는 점이다. 또 요르단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출전해 공수를 조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요르단전 보다는 한층 안정적인 수비를 기대할 수 있다.
오는 18일 이란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이기는 경기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는 ‘클린’한 ‘클린 시트’ 경기를 펼치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수비라인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