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상승에 주춤하는 박원순? 실제로는...
입력 2014.11.12 09:36
수정 2014.11.12 09:42
전세공관 논란이 직접적 요인…반 총장은 여권후보 인식 강해
‘반기문 대망론’이 급부상하면서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목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3일부터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에서 박 시장의 지지율이 2주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 실제 박 시장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시점은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부각됐던 때와 시기적으로 겹친다.
하지만 박 시장의 지지율 하락을 단순히 반 총장의 부상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각 기관에서 실시된 여론조사가 단발성에 불과해 반 총장이 다른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을 특정하기 어렵고, 대권주자 지지율을 주 단위로 정례 조사하는 기관이 리얼미터 한 곳에 불과하다.
오히려 반기문 대망론의 시발점이 된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반 총장의 지지층 또한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한정되지 않고 고르게 분포됐다.
반기문 포함 시 박원순 지지율 8.1%p 급락, 리얼미터에선 2주 연속 하락
이번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은 전주 대비 2.5%p 하락한 17.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 시장의 지지율 하락은 주로 서울, 40대 이하, 사무직 등 야권 지지층에서 두드러졌는데, 이에 대해 리얼미터는 ‘28억 전세공관’ 논란과 반 총장의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관측했다.
반면, 한길리서치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박 시장의 지지율은 지난달 17~18일 조사 때 21.6%보다 2.6%p 상승한 24.2%를 기록했다. 반 총장이 포함된 여론조사가 보도된 뒤 오히려 지지율이 오른 것이다.
다만 반 총장이 포함된 조사에서는 박 시장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17~18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21.6%였던 박 시장의 지지율은 반 총장이 포함되자 13.5%로 8.1%p 급락했다. 문 의원(4.5%p)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5.2%p)의 낙폭보다 2.9~3.6%p 큰 수치이다.
리얼미터가 박 시장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거론한 데에도 한길리서치의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작용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11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전세공관 논란은 지난주보다 그 지난주에 영향을 더 미쳤다고 본다. 2주 연속으로 빠진 건 다른 측면”이라며 “한길리서치 여론조사가 2주 동안 집중 회자됐고, 반 총장이 설문 문항에 포함됐을 때 가장 지지율 낙폭이 큰 건 박 시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안철수 현상이 꺼지면서 그를 대체할 인물로 지방선거 때 박 시장이 떠올랐지만, 반 총장이 등장하면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반 총장이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여론조사에 반 총장이 포함되면서 박 시장에 대한 지지의 강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추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매체도 리얼미터의 분석을 전제로 ‘박 시장의 친근함과 옅은 정치색이 반 총장의 이미지와 겹쳐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중앙일보 조사에선 문재인 하락폭이 가장 커…특정 조사로 일반화 무리
하지만 중앙일보가 지난 7~8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반 총장이 제외된 조사에서 문 의원이 1위를 차지했으며, 반 총장이 포함된 조사에서는 문 의원의 지지율 하락폭이 박 시장의 지지율 하락폭보다 컸다.
해당 조사에서 반 총장의 이름이 설문 문항에 포함된 데 따른 문 의원과 박 시장의 지지율 하락폭은 각각 4.6%p, 3.9%p였다. 특히 반 총장의 지지율이 세대별, 또는 지역별로 편차가 크지 않아 특정 인물의 지지율 하락과 연관 짓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반 총장의 지지율은 영남과 호남에서 모두 1위였다.
오히려 같은 기관이 지난 9월 10~1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와 비교하면 박 시장의 지지율은 14.4%에서 14.5%로 0.1%p 상승한 반면, 문 의원의 지지율은 16.0%에서 15.2%로 0.8%p 줄었다.
결과적으로는 박 시장의 지지층이 반 총장과 겹쳤기 때문이 아니라, 지지율 자체가 높기 때문에 하락폭도 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지율이 각각 10.0%, 1.0%인 후보들이 10%씩 지지율 타격을 입는다고 가정하면 10.0%였던 후보는 1%p, 1.0%였던 후보는 0.1%p의 지지율이 각각 하락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밖에 일부에서는 리얼미터 조사에서 무응답층으로 흡수된 박 시장의 지지층이 반 총장의 지지층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 무응답층이 반 총장의 지지층인지는 불문명하다. 무응답층을 반 총장의 지지층이라고 단정하려면, 반 총장이 포함됐을 때 조사처럼 모든 주자의 지지율이 하락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반 총장과 박 시장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직접적인 데이터는 없다. 그렇게 추론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표는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를 봤을 때, 전체적으로 반 총장은 여당 후보로 인식되고, 지지층이 여당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그런데 박 시장의 지지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박 시장과 겹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렇게 유추하는 것이지, 정확히 하려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